[수도권] 작가들 둥지 트니 청계천에 예술이 흘러

푸른 하늘에 붉은 꽃잎이 휘날렸다. 허공의 줄 위에 흔들리는 건 색색의 꽃무늬 치마저고리였다. 바람에 한복이 펄럭이는 기이한 풍경에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1일 서울 종로구 수표교와 관수교 사이 청계천 양측 벽엔 냇물 위를 지나는 줄이 여러 개 걸려 있고, 줄마다 한복 치마저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청계천에 화려한 꽃무늬 원단으로 지은 여성 한복을 전시한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정표(33) 작가다. 한복 100벌로 만든 작품 이름은 'A Secret Garden'으로, 김 작가가 서울시설공단 주최 전시회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사랑하는 대로'에 내놓은 것이다. 이 전시회엔 강은구(30)·박광옥(41)·정승(33)·난나 최현주(여·37) 작가도 참가했다. 다섯 사람 모두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청계창작스튜디오'와 '수표금속문화공방'에 올해 입주한 예술가들이다.

◆청계3가에 예술가 방이…

청계천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실은? 청계3가 관수교 부근에 예술가 작업실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로 137 센추럴관광호텔 3층과 중구 수표동 35-1에 각각 청계창작스튜디오와 수표금속문화공방이란 공간을 내줬다. 청계천을 문화·예술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독창적인 시각예술 작품을 제작·전시할 터전을 차린 것이다. 청계 스튜디오에는 작업실 3개 106㎡, 수표 공방에는 작업실 2개 99㎡의 공간이 각각 마련됐다. 센추럴관광호텔 1층에는 전시·대관 공간 '청계 아카이브'도 꾸며졌다.

◆쟁쟁한 작가들이 예술 강의

지난 2월 서울시설공단은 1년 동안 작업실을 빌려 쓸 입주 작가를 구했다. 청계창작스튜디오엔 조각·설치·미디어 작가를, 인근에 금속 관련 도·소매업체가 밀집한 수표금속문화공방엔 금속예술 작가를 우선 들이는 게 기준이었다.

결국 서울시립대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한 박광옥, 프랑스 세르지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정승, 서울대·홍익대·베를린예술대에서 공부한 난나 최현주, 동국대에서 조소와 멀티미디어를 배운 강은구 그리고 김정표 작가의 5인방으로 진용이 짜였다. 한 해 두 번 시설공단이 정기기획전을 열어주고 거기 들어가는 재료비까지 지원하는 조건으로, 전시회를 기획·운영할 전문 큐레이터도 상주하게 했다.

이 청계천 예술가들은 대신 청소년 교육을 맡기로 했다. 작가 5명이 돌아가면서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험 예술 교육을 하는 것이다. 매회 25명 안팎의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무료 전시회 열어

시설공단은 지난달 28일 청계 아카이브에서 전시회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를 시작했다. 다섯 작가의 작업 성과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올해 첫 정기기획전이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기획전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인데, 시민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볼 수 있다. 행인 참여가 필요한 설치 작품인 김 작가의 'A Secret Garden', 정 작가의 '우리는 눈에 띄어야만 한다 Ⅲ', 최 작가의 'oourbag_ooourbag'은 수표교~관수교 구간을 중심으로 한 청계천 일대에 자리 잡았다.

김 작가는 "단절된 전통과 현재를 잇고 획일화된 문화 관념에 대한 합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뜻을 꺼냈다고 한다. 최 작가는 "공동체 의식과 새로운 생활상을 형성하기 위해" 손잡이가 많아 여럿이 들 수 있는 2·3·4인용 공동 가방을 내놓았다.

시민 참여 기회도 마련됐다. 최 작가는 9·13·31일 청계천에서, 5일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다인용 가방을 메고 느낌을 표현하며 사진을 찍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작가가 출품한 한복은 9·16·23·30일 수표교 아래에서 직접 입어 보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