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계에 구리(古力) 시대가 열렸다.
중국 톱 랭커인 구리(26) 9단은 4일 한국기원에서 막을 내린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한국랭킹 6위 조한승 9단을 155수 만에 흑 불계로 제압, 3대1의 전적으로 우승했다. 우승상금 3억원.
구리 9단은 이로써 올해만 LG배 도요타덴소배 비씨카드배를 획득했으며 후지쓰배 및 춘란배를 포함해 7개 메이저급 세계타이틀 중 5개를 보유하게 됐다. 구리는 2006년 제10회 LG배 결승서 첫 세계제패를 이뤘으며 이번까지 총 6번의 세계 메이저기전 결승을 치러 모조리 승리로 장식했다.
구리는 우승 후 “이번 대회 준결승서 조훈현 9단에게 반 집 역전승한 판이 가장 힘들었다. 앞으로도 힘 닫는 대로 타이틀을 추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금까지 세계무대서 5관 동시 석권을 이뤄 본 기사는 이창호뿐이다.
준결승서 이세돌을 꺾고 결승 고지를 밟았던 조한승은 투지 있게 맞섰으나 매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퇴했다. 조한승으로선 세 차례 4강 진입 후 생애 처음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둘 간의 통산 전적도 구리가 8승 2패로 앞서게 됐다.
이번 대회 결과 한국은 이세돌(삼성화재배) 최철한(잉씨배)이 메이저 타이틀 7개 중 1개씩을 보유하면서 추격 중이지만 5관왕 구리를 내세운 중국에게 뒤처지기 시작한 모습이다. 한국은 마이너 타이틀인 TV아시아선수권(이세돌)과 중환배(이창호), 그리고 국가단체전인 농심배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