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프로급 실력

〈총보〉(1~191)=흑이 완승을 거둔 한판이다. 165 시점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바둑. 침착함과 함께 특히 대세를 보는 균형감각이 빛났다. 예컨대 153으론 참고도 1로 바로잡으러 가고 싶은 욕심이 나는 곳. 하지만 유신환 7단은 냉정하게 실속을 취하며 승리를 굳혀나갔다. 참고도 6까지와 실전과를 비교하면 흑의 지혜로운 마무리가 한눈에 드러난다.

반면 백은 자신의 힘을 과신한 느낌을 주었다. 중앙 곤마를 방치하고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취했으나 엷음의 약점을 메우지 못한 채 끌려 다녀야 했다. 기어이 중앙 요석(要石) 넉점이 일찌감치 떨어졌고, 그 이후엔 열세를 면치 못했다. 힘 바둑일수록 힘을 쓰기 위해선 대세를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1인당 20분짜리 속기치곤 훌륭한 내용. 웬만한 프로들에 비해 손색없는 솜씨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들 수준의 아마 고수들이 수십명이나 적체돼 있음은 우리 바둑계 전체의 손실임이 분명하다. 입단대회 방식을 전향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두 대국자를 내년엔 프로 기보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을까. (136 142…128, 139…131, 191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