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 개막(開幕)

〈제1보〉(1~21)=기사들에게 '버리는' 바둑이란 없다. 모든 판이 포획의 대상이다. 그러나 경중(輕重)은 있다. 세계무대에 진입하는 마지막 관문인 통합예선 결승이야말로 '목숨을 걸고' 두는 한판으로 꼽힌다. 세계대회 본선 진입을 다투는 대국이다 보니 대국자와 기보의 수준 모두 본선에 손색이 없다. 14회 LG배 본선 개막에 앞서 통합예선 2판을 감상해 본다. 먼저 등장한 기사는 김지석과 중국 뤄시허(羅洗河).

4까지 쌍방이 화점(花點)과 소목으로 균형을 맞추는 포진을 들고 나왔다. 10으로 갈라쳤을 때 11은 약간 독특한 취향. 보통은 '가'로 아래쪽에서 먼저 전개해가는 경우가 많다. 13으로 먼저 귀에 걸치고 17까지 좌변에 터를 잡은 수법도 눈에 익숙하다. 백도 이제는 18, 20으로 상변 건설이 너무도 당연해졌다.

여기서 흑의 행선(行先)이 또 까다롭다. 일감(一感)은 참고도 1. 하변에 백의 발전을 견제하는 말뚝을 박은 뒤 2를 기다려 3으로 좌변을 입체화하는 작전이다. 하지만 뤄시허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21로 뛰었다. 쌍방 세력의 분기점이라고 판단한 것. 김지석은 대조적으로 초반부터 장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