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기자의 WHY?] '박쥐' 개봉 초반 흥행몰이 성공 비결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개봉 초반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박쥐'는 5일까지 약 130만 명을 동원하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6일 간만 따지면 1위다.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의외'의 흥행스코어다. '박쥐'의 흥행 비결은 뭘까.

▶'박찬욱 효과'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 제작 과정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은게 1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그가 10년 전부터 구상한 야심작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개봉 직전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고조됐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박 감독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마니아는 물론, 일반 영화팬들에게도 그의 작품을 보기위해 지불하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는 신뢰는 구축돼 있다.

▶송강호 김옥빈의 콤비 플레이

주인공을 맡은 송강호와 김옥빈의 과감한 연기 또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예고편과 포스터를 통해 선보인 이미지들은 작품 속에서 더 농밀하게 살아서 꿈틀댔다. 갈등하는 신부 역의 송강호는 번민과 고뇌의 뱀파이어를 설득력있게 연기했고, 김옥빈은 신들린 듯한 연기 속에서 묘하게 절제와 균형을 유지해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해숙 오달수 송영창 등 조연들의 그로테스크한 앙상블도 송강호 김옥빈의 콤비 플레이에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비(非)코믹의 반사효과

극장가 뿐 아니라 연예계의 대세는 코믹 또는 SF 판타지다. 이런 추세 속에서 '무거움'을 암시한 '박쥐'가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독립영화 '똥파리'가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춘다면 '박쥐'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이다. 박찬욱 식의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미학과 블랙유머는 '박쥐' 아니고선 보기 힘든 요소들이다.

▶입소문이 관건

영화 관계자들은 흥행의 순항 여부는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박쥐'에 대한 초기 관심을 유도했던 요인들은 이제 다 소비된 셈이다.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지금부터는 이미 '박쥐'를 관람한 130만명의 평이 중요하다. 대체로, 여전히 편하지는 않지만 흥행에 참패했던 '복수는 나의 것'보다는 대중적이고, 메시지 또한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는 반응이다. 이런 평들이 어디서 절충점을 찾을 지가 관건이다. '박쥐'를 추격하는 영화들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김하늘 강지환 주연의 '7급 공무원'이 꾸준히 탄력을 유지하고 있고, 5월에 잇달아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부담스럽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로 580만명을 모았고, '친절한 금자씨'(2005년)로 365만명, '올드보이'(2003년)로 320만명을 각각 동원했다. '박쥐'가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