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족을 잡자" 영화홍보의 진화

'고래사냥은 재미있읍니다.'(1984년 영화 '고래사냥' 홍보포스터) '우린, 너무 오래 이 사랑을 기다렸다.'(1995년 영화 '은행나무 침대' 홍보포스터) 참 정직한 카피다. 1980~90년대, 영화관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골목골목 포스터를 붙이는 것 뿐이었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입소문만 기다리기에 극장주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다. 출연배우 총동원해 전국 무대인사라도 돌면 좋으련만. 콧대높은 배우님들, 스케줄 조정하기 하늘의 별 따기다. 영화 홍보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속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가 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은 대형 테마파크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싸이월드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영화 알리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천사와 악마' : '스페셜포스'에 광고 삽입 … 게이머에 인지도 ↑

톰 행크스 주연의 미스터리 영화 '천사와 악마'는 게임과 손잡았다. FPS(First Person Shootingㆍ1인칭 총싸움게임) '스페셜포스'를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화 광고 캠페인< 사진>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번 캠페인은 게임 속에 영화 홍보 포스터를 게재함과 동시에 게임 종료 후에도 온라인 이벤트에 유저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미 게임과 영화의 결합은 그 효과가 증명됐다. 게임 내 광고 전문업체인 매시브는 지난해 9월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이용해 광고 효과를 테스트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게임 내 영화 광고에 노출된 게이머들이 그렇지 않은 게이머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 180％, 브랜드 선호도 116％, 구매 의향 107％, 추천 의향이 95％ 상승하는 등 모든 항목에서 2배를 상회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씨표류기' : 정려원-정재영 캐릭터 본뜬 '액션 미니미' 제공

영화 '김씨표류기'는 현대인의 잃어버린 네트워킹에 관한 영화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상실한 두 인물이 차츰 세상을 향해 문을 열게 된다는 내용이다. '김씨표류기'는 영화 홍보를 위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하나인 싸이월드와 손잡았다. 영화 속 두 김씨(정재영, 정려원) 캐릭터를 싸이월드의 액션 미니미로 만들어 응모한 싸이 유저들에게 나눠준 것. 영화 제작사 측은 "정려원씨가 국내 연예인 중 가장 활발하게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관리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이벤트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싸이월드가 기존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중에서 소통과 반응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판단 하에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싸이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트 측에 따르면 5000개의 액션 미니미를 나눠주는 이번 이벤트에는 약 3만2500명의 싸이 유저가 몰려들었다. 제작사 측은 "과거 영화 '다찌마와리'도 영화 속 캐릭터를 액션미니미로 만든 적이 있지만 당시엔 유료화 아이템이었고, 프로모션용으로 영화 캐릭터가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터미네이터…' : 비발디파크와 공동 광고 '블록버스터끼리 통한다'

블록버스터 영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거대한 파도에 편승했다. 비발디파크 오션월드와 공동 광고를 진행한다. 이 광고< 사진>는 기존 영화 예고편 화면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이 덧붙여졌다.

기계와 맞서 싸우는 인류의 처절한 전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 이어 곧바로 '세계최장 300m, 세계 최대 6.0톤, 세계최고 2.4m의 거대한 파도풀이 밀려온다'는 내용으로 전환되는 것. 이번 공동광고는 영화계의 최강 '블록버스터'와 레저계의 최강 '블록버스터'가 만나 시각적 재미와 스릴을 이끌어낸 광고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