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극계 '국민엄마' 모성연기 대결 화제

'국민 엄마'들의 경쟁이 뜨겁다. 최근 영화-연극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어머니 신드롬'을 타고 김혜자 강부자 손숙 등 중견배우들의 '모성 연기'가 화제다. 김혜자는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마더'에서 파격변신을 시도했고, 강부자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손숙은 연극 '어머니'에서 열연 중이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어머니 역을 맡아온 관록의 대배우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각기 색깔 다른 어머니상을 소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의 어머니 vs 전투적 어머니'의 한판 대결로 요약할 만하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우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의 주인공 김혜자다. 90년대 인기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부터 최근 종영한 '엄마가 뿔났다'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정 많고 이해심 많은 평범한 우리네 보통 엄마를 포근하게 표현해왔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5년에 걸친 끈질긴 러브콜이 그를 '파이터'로 변신시켰다. 예전의 김혜자가 아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아들(원빈), 경찰은 사건을 매듭지으려 하고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걱정마, 엄마가 구해줄게"라며 김혜자가 홀홀단신 나서 세상과 맞서 싸운다.

영화속 김혜자는 가련하고 처절하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맨발로 달린다. 촬영 도중 코피를 쏟는 등 악전고투를 감수했다는 후문이다. 스크린 나들이는 '마요네즈'(1999) 이후 10년 만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마더'가 '고개 숙인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슈퍼맘'을 요구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면, 연극 '친정엄마...'와 '어머니'는 전통의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강부자의 '친정엄마...'는 딸과 어머니의 가슴 아련한 이야기다. 딸들에게 친정엄마란 친구처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속내를 다 낼 수 있는 존재다. TV에서 후덕하고 포근한 연기를 선보여온 강부자가 연극무대에서도 어김없이 관록을 과시하고 있다.

손숙도 자신의 대표작인 연극 '어머니'에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이윤택 연출의 '어머니'는 그가 99년 초연때부터 책임져온 작품이다. 특히 끝없는 희생 속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중장년 세대의 어머니상을 토속적인 배경 속에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하는 말이 '엄마'라고 한다. '국민 엄마'들의 연기대결이 관심을 끄는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