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스타 32명 '곤지암 대결전'

세계 최고의 바둑스타 32명에게 다시 '동원령'이 내려졌다. 소집일자는 오는 18일, 장소는 경기도 광주(廣州) 소재 곤지암 리조트.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이 14번째 잔치에 돌입한다. 출전기사들은 앞으로 또 1년간 국가와 개인을 위해, 그리고 명예와 실리(우승상금 2억5000만원)을 향해 저마다 최고의 명승부를 펼칠 채비를 마쳤다.

올해 대회의 화두는 역시 우승컵의 향방이다. LG배는 3년 연속 '집'을 나갔다가 12회 때 이세돌에 의해 되돌아 왔으나 다시 13기 때 중국 구리(古力)에게로 넘어갔다. 대회 초창기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 한국기사에 의해 주도되던 LG배는 2005년 9회 대회 이후 거꾸로 외국기사들의 놀이터가 돼 버렸다.

LG배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현재 세계바둑 주도권은 메이저 타이틀 7개 중 5개를 차지한 중국으로 넘어가 있다. 그 중심에 자리한 기사가 세계 5관왕 구리다. 한국은 잉씨배(최철한)와 삼성화재배(이세돌) 등 2개의 메이저 기전만 보유하고 있다. 이번 LG배가 이 같은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LG배 역시 한·중 전면전이 펼쳐질 태세다. 한국은 시드 6명 포함 15명, 중국은 총 12명(시드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과 대만은 통합예선서 1장의 티켓도 따내지 못한 채 국가시드 4명 및 1명만 참가한다. 두 나라 모두 이 대회 우승경력이 있지만 일단 '중과부적'이란 느낌을 감출 길 없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창호의 4차례 우승 등 총 7회에 걸쳐 우승했고 중국(3회) 일본(2회) 대만(1회)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은 랭킹 1위부터 11위까지가 총 출동한다. 후지쓰배 8강에도 올라 있는 이세돌 이창호 박영훈 강동윤 등 '빅 4'가 주력부대지만 최근 잉씨배를 딴 최철한의 기세가 변수로 꼽힌다. 원성진 윤준상 박정상 목진석 등 '허리층'의 분발 여부도 주목거리.

중국은 구리 쿵제(孔杰) 창하오(常昊) 등 1~3위 랭커 외에 최근 천원에 오른 천야오예(陳耀燁)와 비씨카드배 8강에 올랐던 조선족 박문요(朴文堯·퍄오원야오) 등이 요주의 인물이다. 중국 스위에(時越) 퉈자시 왕하오양(王昊洋), 한국 허영호 강유택 김지석 등으로 압축되는 양국 신예들 중 1~2명이 새로운 스타로 탄생할 여지도 없지 않다.

32강 녹아웃 식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 3번기로 이어지므로 잠시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1인당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의 정통 방식으로 진행되며 흑백을 맞춘 사람이 선택권을 갖는다. 1회전 대진추첨은 17일, 2회전은 20일 각각 거행될 예정이다. LG 홈페이지(http://baduk.lg.co.kr)와 한국기원(http://www.baduk.or.kr)이 인터넷으로, 케이블 바둑TV는 복기 방식으로 각각 주요 대국 생중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