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느낌이 내 작품의 재료"

"이 영화 시작한 게 5년 전인데 개봉한다니까 좀 슬프네요. 두 주인공 캐릭터와 오랫동안 함께 지냈는데 내놓아야 하니까요."

'업'을 연출한 피트 닥터(Docter ·41) 감독은 1990년 픽사에 들어왔을 때 애니메이터였다. 그는 픽사의 첫 장편 '토이스토리'의 스토리와 캐릭터 개발작업에 참여했고, '몬스터 주식회사'로 감독에 데뷔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 스타일. "아이들과 동물원에 가서 두루미를 봤어요. 두루미 머리가 작아서 표정이랄 게 없잖아요. 저절로 만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공항에 가면 선글라스 끼고 사람들 표정을 관찰했다가 영화에 써먹는다"고도 했다.

그는 8세 때 처음 플립북(flip book·비슷한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빨리 넘기면 동영상처럼 보이는 책)을 만들었다. 초등학생 때는 '스누피' 만화를 베끼곤 했다. 닥터 감독은 "어머니와 초등 4학년 담임선생님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늘 칭찬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때의 꿈을 이룬 셈이냐"는 질문에 그는 색다른 대답을 했다. "글쎄요. 내겐 12세짜리 아들과 10세짜리 딸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놀다가 집에 들어와 핫초코를 마시는, 그런 것이 정말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제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똑같은 신문을 읽고 점심엔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먹고, 그러다가 어느 날엔 새가 머리 위에 똥을 싸기도 하고…. 그런 매일매일의 경험이 뭔가 내게 말해주는 게 있습니다. 그런 느낌들을 모아서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그의 두 번째 영화 '업'은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뽑혔다. 그는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고 사실은 조금 겁이 난다"며 웃었다.

닥터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단순화'를 꼽았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죠.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쓰겠습니다'라고. 무엇이든 길고 장황하게 표현하기는 쉽습니다. 짧고 단순하게 전달하기가 정말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