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우주선 조종하는 꿈… 배우로 이뤘다"

"아시아인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배역이 들어왔을 때 당당하게 '노(No)'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시아 배우들은 앞으로 겁내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존 조(36)의 목소리는 무척 확신에 차 있었다. '아메리칸 파이'(1999), '해롤드와 쿠마'(2005)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주연급으로 성장한 존 조가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스타트렉: 더 비기닝' 홍보차 방한해 11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속 다양한 인종이 모인 엔터프라이즈호의 일등 항해사 술루(Sulu) 역을 맡은 그는 "어릴 적 우주선을 조종해 보는 게 꿈이었는데 영화배우로 그 꿈을 실현한 것 같다"며 "어린 시절엔 할리우드에 아시아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거의 없었는데 '스타트렉'은 예외라 꼭 맡고 싶었다"고 말했다. 6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간 그는 "대학(UC 버클리 영문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할리우드에선 한국계 배우는 나 혼자였는데 지금은 한국계 배우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많을까' 하고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웃었다.

'해롤드와 쿠마' 등에서 코믹 연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예상보다 진지한 성격이었다. 동시에 원하는 건 반드시 해내는 진취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인기 드라마 '로스트'를 만든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이번 영화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에 바로 에이전트에게 연락해 배역을 따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 아시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확고했다. "촬영 현장에서 '이런 내용은 모욕적이다'라고 지적했더니 대본이 바뀐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도 모르니까 실수를 범하는 거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 이쪽에선 더 좋아합니다.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건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