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천재(天才)의 경솔

〈제4보〉(56~85)=두 기사의 랭킹은 김지석이 한국 18위, 뤄시허는 중국 26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이번 통합예선에서 김지석은 한·중·일 기사 1명씩을 꺾고 올라 왔고, 뤄시허는 대만 여류를 1회전서 제친 뒤 김승준 윤재웅을 눕혀 결승 고지를 밟았다. 재미있는 것은 두 기사가 지난해 LG배 통합예선 결승전서도 격돌했다는 점. 당시 본선행 티켓을 놓쳤던 뤄시허로선 올해 단단히 설욕을 벼르고 나온 눈치다.

59까지 하변을 내주고 중앙을 건설한 흑의 작전이 돋보인다. 이처럼 리듬감 있게 전국적 균형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우칭위안(吳?]源) 선생은 조화(調和)란 한마디로 요약했다. 흑도 더는 못 버티고 61로 잇는다. 63은 절대수. 64는 20집 이상의 가치를 지닌 엄청나게 큰 자리다.

노타임으로 놓인 65가 이른바 '천재의 경솔'. 참고도 1로 보강 후 A, B를 맞봐야 했다. 1이 놓이면 C의 단점도 보강된다. 백이 먼저 66으로 끊는 행운을 잡으면서 팽팽하던 균형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76까지 하변 소득도 작지는 않았는데, 흑이 84 대신 79로 우변 쪽을 취하면서 84까지 일단락됐다. 85로 움직여 중앙전이 본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