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예술의 옷을 입다

1974년 11월 1일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고양이의 탄생일이자 전세계 캐릭터계에 획을 그은 날이다. 이 고양이의 신상은 이렇다. '런던 교외 출생(스토리 배경은 영국이나 실제 탄생지는 일본), 키는 사과 크기 5배, 몸무게는 사과 3개 무게, 혈액형 A형, 가족은 리본을 반대편에 꽂은 쌍둥이 여동생 미미'. 주인공은 바로 영원한 꼬마숙녀들의 친구이자 키덜트(kidult·아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족의 동반자 '헬로 키티'다.

일본 산리오사(社)에서 만든 의인화된 고양이 캐릭터로 35년간 장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키티가 한국을 찾아온다. 조선일보사와 씽크브릿지, 산리오코리아는 헬로 키티 탄생 35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인사이드 키티(Inside Kitty)'전(展)을 16일부터 6월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본관에서 연다.

캐릭터숍에서나 있을 법한 키티가 '예술의 옷'을 갈아입고 미술관으로 외출한다. 키티의 변신을 지휘한 이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두섭, 설치미술가 변대용, 일러스트레이터 현태준, 파티플래너 지미기, 미디어아티스트 신명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아티스트들.

공간별로 조금씩 다른 키티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히스토리 갤러리'는 35년간 세계 각국에서 나온 키티 제품을 모아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민 공간. 키티를 모티브로 만든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한 '키티의 스퀘어와 가든'도 흥미롭다. 작가 백성은의 '옅은 녹색프로젝트'는 관객들이 나무를 심는 동작을 하면 키티 꽃이 피어나는 인터랙티브 작품. 신명환은 눈사람 야구단과 키티 야구단의 대결을 그린 '키티 야구단'을 만들었다.

'키티하우스'에선 오시민, 미내+R, 곽미나 등 감성 충만한 디자이너들이 풀어낸 키티의 일상이 펼쳐진다. 설치미술가 변대용은 이마에 흉터가 있고 세모가 아닌 동그란 귀를 가진 '변종 키티'를 등장시켜 '정상적인 키티'와 교감을 나누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전용덕 씽크브릿지 대표는 "대중문화가 예술의 자양분이 된 상황을 반영한 전시"라며 "키티를 공통분모로 디자인과 대중문화, 순수예술의 영역이 혼재하면서 서로를 모방하고 상호 표현해나가는 모습을 풀어냈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인 23일에는 헬로 키티의 3대 디자이너로 '헬로 키티의 엄마'로 불리는 야마구치 유코 산리오 수석디자이너의 사인회가 열릴 예정.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다. 전시회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키티 캐릭터용품도 꽤 괜찮은 기념품 거리다. 관람료는 어른·아이 모두 1만5000원. 24개월 미만만 무료. 문의 (02)578-0262, www.insidekit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