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절묘한 타개(打開)

〈제7보〉(128~148)=김지석은 꼬마 시절 소문났던 기재에 비해선 늦게 입단한 케이스. 입단 후 성적도 기대를 밑돈다. 본인은 "수업시절 바둑공부가 재미없었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재주와 취미는 별개이며 그 둘이 일치해야만 성적이 나오는 법일까. 그래도 많은 프로들은 여전히 김지석의 '천재성'이 언젠가 개화할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김지석은 바둑계의 연구과제 중 하나다.

흑이 ▲에 치중해 오자 백은 면밀한 수읽기 끝에 128로 받는다. 이 수로 참고1도 1은 2 이하 8까지 차단돼 중앙 백이 전멸한다. 흑도 이제는 133으로 자체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 134 단수가 또 의미심장했다. 흑이 무심코 136에 이었다간 참고2도 14까지의 통렬한 역습에 휘말리기 때문.

결국 136에 따내 위기에 처했던 중앙 대마가 절묘하게 살아갔다. 반대로 흑은 한 것이 없다. 137~146의 선수 끝내기 후 147을 차지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 148은 무슨 뜻일까. 단순한 끝내기 같아 보이지만 이 한 수엔 '싸움꾼' 김지석의 원대한 노림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