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의 음모(陰謀)

〈제8보〉(149~163)=2006년 1월, 삼성화재배 결승서 뤄시허가 이창호를 꺾고 우승한 것은 아무도 예상 못한 '사건'이었다. 어느 기자가 그 비결을 묻자 뤄시허는 "결혼 후 생활이 안정됐고, 바둑공부에만 매진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총각 기사들(특히 이창호 九단)이 참조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뤄시허는 2004년 여름 세 살 연상의 프로기사 량아디(梁雅弟)와 결혼했다.

백이 △에 둔 장면. 흑은 여기서 참고도 1로 받는 것이 정수였다. 그러나 이후 8까지 진행된다고 보면 흑이 덤을 내기 힘든 형세다. 그래서 149부터 필사적 끝내기 작전에 돌입했지만, 머지않아 참고도 1을 게을리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157까지는 하중앙 흑 3점이 끊기는 수를 선수로 예방하기 위한 조임.

그런데 백은 흑의 사석(捨石) 2점을 잡지 않고 162로 찔렀다. 보통의 상식으론 엄청난 자충의 악수. 뤄시허는 "이게 웬 떡?"이란 표정으로 번개처럼 163에 받는다. 하지만 162는 △와 관련된 '음모'의 연장이었고 흑은 여기에 덜컥 걸려들었다. 163으론 '가'의 후퇴가 정수. 자, 백은 이 장면에서 어떤 수를 준비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