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 안에 프랭크 시내트라 있네

'크리스티 스타' 김동유의 개인전이 21일부터 6월 10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동유가 '크리스티 스타'로 불리는 것은 그의 작품이 2005년과 2006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가(高價)로 팔리면서이다. 홍콩 크리스티에서 먼저 각광을 받은 뒤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을 끈 작가로, 최근 4년 사이 작품 값이 10배 이상 뛰었다.

김동유는 오드리 헵번이나 매릴린 먼로 같은 대중스타의 이미지를 확대해 그리면서 이미지를 구성하는 망점(網點) 하나하나를 역시 오드리 헵번이나 매릴린 먼로로 채워왔다. 김동유의 '얼굴 시리즈'이다. 이번 전시에서 달라진 점은 오드리 헵번을 이루는 망점을 '셀프 이미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얼굴을 그리면서 망점을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미지로 채우기도 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을 보면서 그의 시어머니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을 떠올리는 집단무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에는 그의 동지이자 쿠바 독재자인 카스트로가, 매릴린 먼로 안에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얼굴이 망점으로 박혀 있다.

김동유의 작품은 앤디 워홀 이후에 나온 수많은 팝아트의 하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큰 이미지와 함께 작은 이미지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그려내 가벼운 팝아트와는 다른 감흥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겨진 명화 시리즈'를 내놓은 점이다. 〈구겨진 성모자(聖母子)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화 성모자상을 구겨진 상태로 캔버스에 옮겼다. 따뜻함과 모성애를 자극하는 성모자상의 구겨진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내부의 이중성을 상기시키고 명화와 일반인의 괴리감을 없애려고 한 것이다. 김동유는 "컴퓨터 작업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진행되는 '얼굴 시리즈'의 규칙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화면을 자유롭게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서 '구겨진 명화'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02)730-7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