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약진의 세가지 힘
입력 : 2009.05.19 09:19
| 장기 침체에 빠졌던 한국 영화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극장가는 '7급공무원'과 '박쥐','인사동 스캔들' '그림자 살인' 등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원래 5월 초반 두 주 동안의 박스오피스는 할리우드의 각축장이었다. 2006년엔 '미션임파서블3', 2007년 '스파이더맨3', 2008년은 '아이언맨'이 각각 최다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5월 첫째주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둘째주는 김하늘-강지환 주연의 '7급공무원'이 흥행 선두를 지켰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의 거센 침공으로부터 스크린을 사수한 건 2005년 5월 '혈의누' 이후 4년만이다. 최근 한국영화의 강세는 4월부터 시작됐다. '그림자살인'과 '7급공무원'의 개봉 시점과 일치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4월 한국 영화 관객수는 총 366만1040명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53.3% 증가했다. 3월(291만8624명)보다도 25.4% 늘었다. |
▶비주류 30대 관객의 힘
영화 시장의 큰 손은 대대로 20대다. 특히 한국 영화 예매 점유율에서 20대는 늘 55~6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로 20대 관객의 이탈이 심화되면서 30대 관객의 표심이 흥행을 결정짓는 방향타가 되고 있다.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 따르면, '김씨표류기', '박쥐', '인사동스캔들', '7급공무원', '그림자살인' 등 한국영화 다섯 편의 예매 점유율은 20대 48％, 30대 38％, 40대 이상이 12％를 차지했다. 3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30대 관객 비율이 높을 경우 평일 관객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극장들도 이런 영화를 장기 상영할 수 있다"며 "'그림자살인' 이후 주요 한국영화들이 모두 3주 이상 상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재 한계 탈피한 다양성의 힘
사실 영화가 뜨는데 이유가 없다. 재미있기 때문에 보는 거다. 마케팅 활동을 아무리 활발히 해도 그건 초반 반짝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선전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은 그 소재에서부터 관심을 끄는 요소를 갖고 있다.
'7급공무원'은 국정원 요원들의 얘기다. 그동안 국가정보요원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국정원 사내 커플의 소소한 일상까지 파고들어간 영화는 흔치 않았다.
'김씨표류기'도 마찬가지다. 한강 밤섬에 극적으로 표류한 남성과 자기 방 안에서 인터넷이나 하며 지내는 외톨이 여성이 행복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이다. 등장인물은 남자 주인공 정재영과 여자 주인공 정려원 뿐이다. 두 시간 동안 두 주인공이 각자의 공간에 벌이는 원맨쇼는 우려와 달리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시사회 이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팬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슈화 자체가 흥행엔 큰 도움이 됐다. 박찬욱 감독이라는 브랜드와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호재도 겹쳤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표현방식 때문에 일부 마니아 성향의 영화팬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박쥐'는 덕분에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인사동스캔들'은 고화 복원을 소재로 한 사기극이다. '그림자살인'은 일제강점기 경성 탐정극이다. 두 영화 모두 지금까지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분야를 영화화했다.
영화 시장의 큰 손은 대대로 20대다. 특히 한국 영화 예매 점유율에서 20대는 늘 55~6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로 20대 관객의 이탈이 심화되면서 30대 관객의 표심이 흥행을 결정짓는 방향타가 되고 있다.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 따르면, '김씨표류기', '박쥐', '인사동스캔들', '7급공무원', '그림자살인' 등 한국영화 다섯 편의 예매 점유율은 20대 48％, 30대 38％, 40대 이상이 12％를 차지했다. 3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30대 관객 비율이 높을 경우 평일 관객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극장들도 이런 영화를 장기 상영할 수 있다"며 "'그림자살인' 이후 주요 한국영화들이 모두 3주 이상 상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재 한계 탈피한 다양성의 힘
사실 영화가 뜨는데 이유가 없다. 재미있기 때문에 보는 거다. 마케팅 활동을 아무리 활발히 해도 그건 초반 반짝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선전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은 그 소재에서부터 관심을 끄는 요소를 갖고 있다.
'7급공무원'은 국정원 요원들의 얘기다. 그동안 국가정보요원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국정원 사내 커플의 소소한 일상까지 파고들어간 영화는 흔치 않았다.
'김씨표류기'도 마찬가지다. 한강 밤섬에 극적으로 표류한 남성과 자기 방 안에서 인터넷이나 하며 지내는 외톨이 여성이 행복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이다. 등장인물은 남자 주인공 정재영과 여자 주인공 정려원 뿐이다. 두 시간 동안 두 주인공이 각자의 공간에 벌이는 원맨쇼는 우려와 달리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시사회 이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팬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슈화 자체가 흥행엔 큰 도움이 됐다. 박찬욱 감독이라는 브랜드와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호재도 겹쳤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표현방식 때문에 일부 마니아 성향의 영화팬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박쥐'는 덕분에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인사동스캔들'은 고화 복원을 소재로 한 사기극이다. '그림자살인'은 일제강점기 경성 탐정극이다. 두 영화 모두 지금까지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분야를 영화화했다.
▶거품 쏙 뺀 다이어트의 힘
영화사 '활동사진'의 조선묵 대표는 "최근 충무로의 투자 가뭄 현상을 200％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실종'을 제작한 조 대표는 "'실종'을 만들면서도 자금 조달이 힘들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투자 가뭄은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졌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1~4월 개봉 편수는 2006년 33편, 2007년 34편, 2008년 38편으로 계속 늘어왔으나 2009년 27편으로 감소했다. 투자 가뭄은 제작편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몸집 줄이기와 내구성 높이기, 시나리오 강화의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롯데시네마 마케팅팀의 임성규 과장은 "지난 2년간 이어져온 영화계 침체로 제작편수는 감소했다"며 "이젠 시나리오가 좋아도 투자를 받기 힘들다"며 "예전처럼 주인공 남녀 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시나리오 소재 발굴에 신경쓰면서 질적 향상을 이룬 것 같다"고 평가했다.
▶5월 이후 매치업 전망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천사와 악마',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등 할리우드 대작의 공세는 멈춤이 없다.
한국영화는 14일 개봉한 '김씨표류기'를 비롯해 28일 개봉하는 '마더'와 '보트'가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엔 최민식 주연의 '히말라야'와 김윤석이 주인공인 '거북이 달린다'가 개봉한다. 여름 성수기엔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와 '차우'가 흥행 전쟁에 가세한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 '퍼블릭 에너미즈'로 이어지는 할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와 흥미로운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사 '활동사진'의 조선묵 대표는 "최근 충무로의 투자 가뭄 현상을 200％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실종'을 제작한 조 대표는 "'실종'을 만들면서도 자금 조달이 힘들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투자 가뭄은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졌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1~4월 개봉 편수는 2006년 33편, 2007년 34편, 2008년 38편으로 계속 늘어왔으나 2009년 27편으로 감소했다. 투자 가뭄은 제작편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몸집 줄이기와 내구성 높이기, 시나리오 강화의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롯데시네마 마케팅팀의 임성규 과장은 "지난 2년간 이어져온 영화계 침체로 제작편수는 감소했다"며 "이젠 시나리오가 좋아도 투자를 받기 힘들다"며 "예전처럼 주인공 남녀 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시나리오 소재 발굴에 신경쓰면서 질적 향상을 이룬 것 같다"고 평가했다.
▶5월 이후 매치업 전망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천사와 악마',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등 할리우드 대작의 공세는 멈춤이 없다.
한국영화는 14일 개봉한 '김씨표류기'를 비롯해 28일 개봉하는 '마더'와 '보트'가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엔 최민식 주연의 '히말라야'와 김윤석이 주인공인 '거북이 달린다'가 개봉한다. 여름 성수기엔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와 '차우'가 흥행 전쟁에 가세한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 '퍼블릭 에너미즈'로 이어지는 할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와 흥미로운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