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은 시골 할 일 없는 청년의 정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마더' 시사회를 가진 후 원빈이 가진 숨은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봉 감독은 '배우 원빈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원빈과 시나리오 완성 전에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며 "배우나 스타로서가 아니라 실제 인간 일상사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밥을 먹는 시간을 같이 보내보니 사람이 달라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원빈은 극중에서 어머니(김혜자)의 모자란 아들 윤도준 역을 연기했다.
봉 감독은 "원빈과 시골에 가서 논밭에 풀어놓으니 너무 좋아하면서 '우리 동네 같다. 감독님 저는 스튜디오 촬영이 싫어요'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서 최대한 로케이션 장소를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보면 원빈이 출소하면서 혼자 걷다가 가방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원빈의 애드리브였다. 그 모습을 모니터로 보면서 어릴 때 시골에서 집과 학교 거리가 너무 멀어서 혼자 집에 오다가 신발 주머니를 휙 하고 던졌을 원빈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르더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원빈이 캐릭터 구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빈이 시골의 공기, 시골 할 일 없는 청년의 정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더라"며 "도준의 여러 정서나 느낌은 원빈 스스로 표현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또 "원빈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뱀 잡아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을 얘기하며 구렁이는 얼마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말하더라"며 원빈의 색다른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봉 감독은 김혜자의 연기에 대해 "접신의 경지에 오른 채 몇 십년을 살아온 분이 또다른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는 게 고통스럽고 도전적인 일이었을 것"이라며 "김 선생님은 그런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했고 그 결과물은 영화에 잘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생애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고 돌아온 김혜자는 "정말 행복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구석구석 숨은 그림이 참 많은 영화다.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고 봉 감독이 나의 자고있던 죽은 세포를 노크하며 깨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