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실리(實利)와 세력(勢力)

〈제1보〉(1~20)=강유택은 91년 11월생으로 236명 국내 프로들 중 여섯번째로 어린 기사. 그럼에도 5월 랭킹에서 그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5위에 올라 있다. 대표적 다사제제(多士濟濟·여러 선비가 모두 뛰어남) 집단으로 불리는 프로 바둑계에서도 강유택에게 좀 더 특별한 눈길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2007년 4월 입단, 이제 만 3년차에 접어든 그의 기보를 감상하면서 장래를 점쳐 보기로 한다.

6까지 굳힘 대신 걸침이 이어지며 잘게 쪼개가는 골격이 형성되고 있다. 7은 오랜만에 보는 세 칸 협공. 9로 한 칸을 뛰었을 때 10에 붙이면 13까지는 필연의 정석 과정이다. 12로 참고1도 1은 6까지 백이 당한 형태가 된다. 14, 16은 철저한 실리 취향.

하지만 보류해 두었다가 훗날 참고2도처럼 변화구를 던져 축머리를 노리는 수법도 유력했다.

문제는 우변의 흑 세력. 18로 갈라친 간격이 적당해 보인다. 19의 협공에 백은 20의 붙임을 타개책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세(勢)가 외로운 곳이므로 적의 응수를 봐가며 요령껏 타개하겠다는 의미. 여기까지 흑이 모든 수를 노타임으로 둔 반면 강유택의 시간은 벌써 15분에 들어가고 있다. 20을 당한 쑨텅위의 손길이 처음으로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