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기름통을 끌어안고 지옥불 속으로 떨어지는 '어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BarunSon('마더'의 제작사)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하나씩 사라지더니 큰 화면 속에 'a Son'이라는 글자만 남습니다. 다 타들어가고 재만 남은 어미의 가슴 속에 마지막 남은 건 아들 하나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들 윤도준(원빈)은 참 못났습니다. 잘생겼지만 머리는 비었습니다. 스물여덟인데 하는 짓은 여덟살입니다.
엄마(김혜자)는 늘 불안하게 아들을 지켜봅니다. 스물 여덟 아들은 엄마가 잘라주는 닭고기 살은 싫다고 투정부리다 잠자리에선 엄마 젖을 만지며 잠이 듭니다.
어느날 아들은 여고생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들려 가고 이때부터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듭니다.
아침엔 죽은 여고생의 화장터에 가서 "사실 우리 아들이 안그랬다"고 말하다 봉변을 당합니다. 화장터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온 어머니는 짙은 붉은색 립스틱을 새로 바르고 '변호사님'을 쫓아다니며 구명운동을 펼칩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현장 검증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종이에는 '사과 물고 인권 유린'이라는 코미디 같은 문구가 큰 제목으로 적혀 있습니다.(사과와 세팍타크로를 이용한 처참한 인권 유린의 현장은 영화 속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공권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처럼 말입니다.
엄마 역을 연기한 김혜자는 봉준호 감독의 표현대로 '접신의 경지'에 오른 연기를 보여줍니다. 젊은 여자가 툭하면 웃통을 벗어던지는 영화에선 느끼기 힘든, '배우' 보는 재미가 '마더'엔 있습니다.
4년만에 영화를 찍은 원빈은 스물여덟 시골 청년을 제 살처럼 '페이스오프' 했습니다. 도준의 못된 친구 역을 맡은 진태(진구)의 힘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영화 마지막에 어머니는 나름의 '손재주'를 부려 정신줄을 놓고 관광버스 춤에 몸을 맡깁니다. '아들'이라는 두 글자는 심장에 박힌 모르핀 주사처럼 그녀의 가슴에 예리한 아픔과 몽롱한 희열을 주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여담이지만, 한국엔 몇 명의 어머니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인구ㆍ가구 조사를 살펴봤지만 어머니의 수는 잡혀있지 않더군요. 다행히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박원란 사무관의 도움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잡아 13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한 가정에 한 명씩의 어머니가 있다는 ('퉁친') 가정 하에 부모자녀, 모자녀, 부모자녀형제 등의 유형별 가정의 수를 합한 결과입니다.
과연 1000만이 넘는 전국의 어머니들이 이 영화를 본 뒤 어떤 댓글을 달지 궁금하네요. 영화는 28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