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妻夫木聰) 연예인 아닌 보통사람 같아" "하정우 자연스러운 연기 닮고 싶어"

한 명은 "몸이 표출하는 언어가 탁월한 남자"고 또 다른 한 명은 "소년과 어른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남자". 하정우(31)·쓰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29) 주연의 한·일 합작영화 '보트'(28일 개봉)를 연출한 김영남 감독은 이렇게 한마디로 그 둘을 요약해 냈다. '연기파'로 인정받은 하정우와 '연기파'로 성장하고 있는 사토시의 결합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만듦새의 느슨함을 보상해 내는 데 충분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3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공식 기자 회견 뒤, 따로 마련한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2~3분간은 길게 느껴진다. '추격자' '멋진 하루' 등을 통해 손짓과 눈짓만으로도 충분히 연기했던 하정우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워터 보이즈' 등에서 세상만사 힘든 걸 다 잊게 해주는 싱그러운 미소를 선사했던 사토시로 채워지는 시간은 말이다.

대사의 60% 이상을 우리말로 해냈던 사토시는 이날 '정우형'이라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정우형은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진지한 분이란 이미지가 있었고, 연기에도 타협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편견도 있었습니다. 스타 배우들은 보통 자기 중심적이고, 또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정우형이 먼저 '오픈 마인드' 자세로 나서 제 마음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하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만났을 때 사토시가 김기덕 감독님 작품의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계란말이 먹는 연기가 최고였다. 지금 앞에서 다시 해봐 달라'고 말을 꺼냈죠(웃음). 술의 힘을 빌리기도 했지만 정말 쉽게 친해졌어요. 사토시가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축구공 2개를 받았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까지 다 해줬으니까요."

이 영화는 김치인 줄만 알고 마약이 담긴 김치독을 일본으로 배달하는 형구(하정우)와 일본에서 매번 그를 맞이하던 청년 도오루(쓰마부키 사토시)가 납치 사건에 연루되면서 야쿠자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사건을 그렸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형구와 대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도오루의 지난한 삶이 두 배우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된다.

지난여름 6주간,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찍었던 터라 날이 궂어도 촬영은 강행됐다. 배우들 체력도 바닥났다. 극 중 하정우가 배를 타면서 속을 다 게워내는 장면은 연출이 아닌 실제였다. 사토시는 "일본의 영화 상당수가 한 달 반 정도 촬영을 한다. '조제…'도 3주 만에 찍은 영화였다"며 "강행군이라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정우형과 함께 술을 마시며 영화와 인생 이야기를 하다 보니 힘이 났다"고 말했다.

"빅스타인데도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 같았다" "둘 사이에서 부자연스러운 공기는 느끼지 못했다"(하정우), "정우형의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내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사토시) 등 칭찬이 오갈 때쯤 동석했던 일본인 기자가 물었다. "사토시가 워낙 스타라 질투심 같은 게 나진 않았습니까?" 하정우에게서 짧은 코웃음이 터졌다. "아이고 참." 더 크게 웃은 건 사토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