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황혼의 뜨거운 사랑 영혼은 늙지 않는다

"내가 원한 일이 아니에요. 그냥 벌어진 일이라고요."

28일 개봉하는 독일 영화 '우리도 사랑한다'는 영화 속 반복되는 이 대사로 요약된다. 남편이 있는 60대 중반 여성이 76세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물론 불륜을 찾아 헤매지 않았다. 그러나 "원하지 않았다"는 건 완곡한 거짓말이다. '그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옷 수선 일을 하는 잉에(우르술라 베르너)는 홀로 사는 이웃 남자 칼(호르스테 베스트팔)과 무턱대고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30년이나 함께 산 베르너(호르스테 레흐베르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만두려 하나, 칼에 대한 흠모는 사그러들지 않는다.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에 견디지 못하던 그녀는 어느 날 이 사실을 남편에게 말한다.

작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이 작품은 도발적이다. 이 영화 속 노인들은 현명하지 않고 합리적 판단도 못한다(에헴, 하고 불륜이 끝난다면 영화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치 큐피드의 화살을 전통(箭筒)째 맞은 것처럼 들떠 서성거린다. 노인들의 나신(裸身)이 이렇게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뒤엉키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머리숱 적고 주름 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뿐이다. 사랑할 때 동반되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문을 닫은 아내의 얼굴에 수줍게 떠오르는 홍조(紅潮), 두 시간밖에 없는 두 사람이 허겁지겁 옷을 벗는 장면…. 사랑이란 원래 점잖지 않은 것이며, 노인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다만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보며 "살아 있는 것들 가운데 늙을수록 커지는 건 나무밖에 없군" 하는 대사는 콘트라베이스 독주처럼 묵직하다. 분명 이 영화는 불륜을 다루고 있으나, 정죄(定罪)하기는 어렵다. 유럽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여배우의 연기가 워낙 좋다. 60대 이상 관객들께는 동성 동반 관람을 권한다. 부부 동반은 아슬아슬하며, 애인 동반 관람은 섶 지고 불로 드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