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불같은 모성(母性)의 쉼없는 질주

왜 이 영화가 반전과 복선이 치밀하게 연출된 스릴러라고 알려졌는지 아리송하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의 관객들은 아직도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의 도랑 속에 앉아 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감독은 벌판을 지나 대양(大洋)을 건너는데.

칸 영화제에서 두루 호평받은 영화 '마더'(28일 개봉)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재능을 타고난 봉 감독의 화끈한 프레젠테이션이다. 강렬한 스토리가 영리한 연출을 만나 불벼락 같은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 스토리 알면 말짱 도루묵이다. 눈과 귀를 닫아걸고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라.

남편 없이 홀로 아들 도준(원빈)과 사는 혜자(김혜자)는 늘 아들 걱정이다. 아들이 좀 모자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동네에서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도준이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된다. 범죄 현장에서 도준이 갖고 놀던 골프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의 게으르고 성의 없는 수사를 보다 못한 혜자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녀는 죽은 여고생에게 말 못할 사연이 많았다는 사실부터 알게 된다.

'마더'는 소개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토끼의 낮잠을 거론하지 않고 거북이의 승리를 전하기란 요령부득(要領不得)이다. 그렇기에 '마더'는 보고 나면 입이 간지러운 영화다.

누가 진범이냐를 폭로하는 자에게 돌을 던질 것까지는 없다. 어차피 그것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아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 치솟아 고조된다. 그리고 숨 고르기는 엔딩 크레디트의 몫이다. 박지성이 세 명을 제치고 결승골을 넣은 것까지만 보여주고 중계가 끝나버려, 골 세러모니와 리플레이를 못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도준을 연행하던 경찰 승용차가 느닷없이 다른 차에 들이받히는 장면은 감독의 영리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스토리 전개와 아무 상관없는 이 교통사고는 관객의 심박수를 급속히 끌어올리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수군거리게 한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분명히 복선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포영화의 문법도 자주 등장한다. 김혜자가 한약재를 작두로 써는데, 약재 잡은 손이 작두 날에 가까워지면 카메라는 김혜자 얼굴로 올라간다. 그런데 "와그작" 하고 작두 써는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김혜자의 연기 변신이란 손가락이 잘린다는 뜻이었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요의(尿意)마저 느껴지는 얄미운 연출이다. 한약을 먹는 동시에 담벼락에 오줌을 누는 장면, 김혜자가 요리용 비닐장갑을 끼고 주요 증거물을 수거하는 장면은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웃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에 충실하다.

낯선 역할을 맡은 김혜자의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첫 장면에서 그녀는 시나리오에 써 있었다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에 도전했다. 그 표정을 글로 묘사할 수 있는 자, 등단을 준비해야 마땅하다. 석양을 역광으로 잡은 마지막 장면, 변주된 탱고 리듬에 어쿠스틱 기타를 얹은 이병우의 음악은 노을처럼 붉다.

▶전문가 별점

기존영화로 익숙해진 면은 있지만 봉준호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 이상용·영화평론가 ★★★★

겹겹이 싸여 있는 보자기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

― 황희연·영화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