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럽기까지 한 엄마의 광기 어린 모성

영화 ‘마더’에 대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김혜자 씨를 볼 때마다 항상 실제 나의 어머니와 겹쳐 보이고는 했다. 단순히 정서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외모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김혜자하면 ‘국민 어머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 따위의 수식어가 붙어 다니다 보니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세뇌를 당했던 것일까. 여하간 TV에 나오는 김혜자 씨를 볼 때마다 난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약간 모자란 아들(원빈)을 둔 덕에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하루도 맘 편할 날 없이 늙어버린 엄마(김혜자). 사고뭉치 아들은 급기야 살인 누명을 쓰고 기나 긴 감옥살이를 해야 할 판이나 누구도 아들의 결백을 알아주지 않으니, 결국 마르고 말라서 바스러질 듯한 엄마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미치도록 잡고 싶은 범인을 찾아서 두 번째 여정을 떠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전작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로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스릴러물로 칭하기에는 뭔가 조금 섬뜩하다.

맨손으로 작두질을 하는 와중에도 절대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엄마, 살해된 여고생의 장지로 무작정 찾아가 ‘내 아들은 아니야’라고 일갈하며 눈을 번뜩이는 엄마, 피 묻은 골프채를 소중히 안고 들판을 춤 추듯 질주하는 엄마. 이러한 엄마의 얼굴들을 보며 나는 차라리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개인적인 사연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는 실제 나의 엄마가 저렇게 반 미치광이처럼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그런 모습이 영화 내내 연상되었다.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공포는 순전히 나만의 특수한 경우에서 비롯되는 유별난 감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마더’에서 그려지고 있는 엄마의 광기, 모성의 광기가 결코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지 않는다. ‘새끼’에 대한 ‘어미’의 사랑, 이 무조건적이며 일방적인 사랑은 어느 정도의 정신병적 집착을 동반하기도 한다는 것을 제법 많은 이들이 경험적으로 느끼는 바이기 때문이다.

너그러움과 자애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던 어미의 광기를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의 얼굴을 빌어 집요하게 끝까지 펼쳐보였다. 내러티브의 꼼꼼함이 봉준호 감독 전작에 비해 다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통해 풍겨지는 감성의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하는 솜씨가, 용하다 소문난 무당이 자유자재로 작두를 타듯 능숙하기 이를 데 없다.

작두를 타듯 능숙한 건 감독뿐만이 아니다. 김혜자의 연기는 영화 내내 다른 모든 것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섬뜩하고 소름 끼쳤다. 46년간 연기생활을 통해 얻은 국민 어머니의 이미지로서가 아닌, 그 이전에 실제 자식을 낳고 기른 엄마의 원초적인 모성이 그녀를 이러한 연기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더욱더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남보다 조금 더 공포에 떨었던 것 같다.

5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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