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상영 후 진심 어린 환호는 처음"

"시장에서는 예술영화 취급받고 영화제에선 상업영화 대접을 받는, 참 '박쥐' 같은 운명이었습니다. 칸 영화제 62년 동안 경쟁부문에 뱀파이어 영화는 처음이었다고 하니 그런 것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46) 감독과 송강호·김옥빈 등 출연배우들이 28일 오전 서울 CGV압구정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박 감독은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위대한 평민'이란 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영화제 기간에 충격적인 부음을 두 건이나 들었습니다. 영화사 '아침' 정승혜 대표 부음도 있었고…. 소식을 듣고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박 감독은 "수상을 기대했었느냐"는 질문에 "공식 상영 후 그렇게 진심 어린 환호는 처음이어서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국내 개봉 당시 논란이 많고 양극단의 평가를 받다 보니 개인상보다 작품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며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지만 작품을 존중받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쥐' 수상소식에 이명박 대통령은 축전을 보냈었다. 박 감독은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했다고 대통령 축전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어렸을 때 권투선수가 외국에서 챔피언이 되고 대통령과 통화하던 기억이 떠올라 내 일 같지 않고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칸 시상식에서 "송강호씨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감독님이 그런 소감을 말해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김옥빈·신하균·김해숙씨가 없고 나 혼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저에게 대표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