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색 페인트

〈제6보〉(92~105)=짧은 프로경력에도 불구하고 강유택은 천원전 국수전 등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바둑리그에서도 11승 6패의 호 성적으로 팀 우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하지만 국제대회 운은 따르지 않았는지 아직 '본선 나들이' 경험은 전무하다. 지난해 LG배 때는 통합예선 준결승서 중국 셰허(謝赫)에 패해 탈락했다.

흑이 ▲에 붙여오자 강유택은 5분 동안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92로 막는다. 정확한 방향. 이 수로 97은 흑 '가'가 선수여서 좌변에 훌륭하게 터를 잡게 된다. 흑도 형세를 의식한 듯 이 부근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95가 재미있는 수. 계속해서 97로 유혹해 왔다. 참고1도 1로 잡으면 그때 10까지 좌변을 장악하려는 심산이다.

따라서 98 이하 103까지의 처리가 현명했다. 좌변을 흰 페인트 쏟아 부은 듯, 그것도 선수로 깔끔하게 도배질했다(103을 생략하면 참고2도 코스로 잡힌다). 104로 틀어막으니 좌변 일대가 눈부신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흑의 위기. 그런데 여기서 놓인 흑 105가 패착에 가까운 악수란 선고를 받는다. 손해 없는 선수 행사인 것 같은데 그토록 가혹한 평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