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ing] 부안 위도 투어 라이딩 (Tour Riding)

오늘 소개하는 위도 코스는 산악이 아닌 포장도로로 흔히 ‘관광라이딩’이라고 불리는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흔히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바이크로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 가보면 이곳을 찾는 자전거는 MTB가 대부분이다. 고슴도치섬 위도는 크게 돌아봐야 20km가 조금 넘는 작은 섬이다. 그래서 속도감을 즐기는 사이클로 가기에는 마뜩치 않다. 반면 MTB를 타고 설렁설렁 페달을 밟아가며 관광을 하면 아기자기한 맛이 여기만한 곳도 없다. 그리고 MTB의 비중이 이상하리만치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도 소위 깍두기파(MTB 타이어의 트레드가 썰어놓은 깍두기 같다고 해서 쓰이는 MTB의 속칭)들만 위도를 찾게 만드는 현상을 부추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산악자전거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야기는 그만큼 MTB를 탈 수 있는 여건이 좋다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흔히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바이크 환경은 열악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인 면에서 전자가 해당되고, 사회적으로는 후자가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수많은 산들이 인접해 있는 덕분에 자전거를 타고 대문만 나서면 대개 30분 이내에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한국 주재 외국인 MTB 라이더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릴 정도다.

반면 차도를 주로 달려야 하는 로드바이크는 자전거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차량 운전자와 정책 때문에 여러 가지 악조건을 감수하며 페달링을 한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로 가는 여행이나 전국일주는 으레 MTB를 타고 간다는 관념이 생겼다. 최근 들어 MTB와 로드바이크의 중간 성격을 띤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이런 현상이 조금씩 줄어들곤 있지만 아직은 MTB가 대세다.

편안한 ‘관광모드’로 고슴도치 섬 일주!

위도로 가려면 격포항에서 매일 5~6회 정도 운행하는 카페리를 타고 50분 정도 서해를 건너야 한다. 배를 타고 가야 진짜 여행이라는 말이 있듯 어디서건 도선을 할 때는 묘한 흥분이 가볍게 인다. 일단 위도 파장금항(1)에 도착하면 뭍으로 나갈 선편 시간을 알아본 뒤 라이딩을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있는 힘껏 달릴 경우 1시간이면 섬 일주가 가능하므로 가벼운 ‘관광모드’로 페달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선착장 여객터미널을 벗어나 400m 정도 달리다 오른쪽에 팔작지붕 정자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큰길로 방향을 튼다(2). 이후 700m 정도 더 가다 만나는 Y자 갈림길(3)에서 오른쪽으로 튼 후 계속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위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이 갈림길로 돌아오게 된다. 길 중간 중간에는 약간의 언덕도 나오지만 바다 쪽으로 기암절벽의 아름다운 절경이 이어져 힘든 줄 모른다. 이런 곳에서 스피드를 즐긴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싶기도 하다.

아까 그 갈림길을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오른쪽으로 서해 페리호 참사 당시 숨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둔 위령탑(5)이 한동안 잊었던 기억을 되살린다. 1993년 10월에 일어난 이 사건은 정원 및 적정중량을 초과해 사람과 짐을 실은 ‘서해 페리호’가 기상까지 악조건인 상황에서 운항을 하다 침몰한 것이다. 당시 구조를 위해 2만7000명에 헬기 100여 대, 선박 1100여 척이 동원되었으나 고귀한 292명의 생명이 사라지고 말았다.

변화무쌍, 기기묘묘 해안절벽 도로

위령탑에서 잠시 머문 후 계속해서 바다를 벗 삼아 여행을 이어가자. 중간 중간 갈림길이 나오지만 그대로 섬 외곽을 달린다는 기분으로 가면 된다. 그러다가 ‘벌금항’ 과 ‘해수욕장’ 등의 나무 이정표가 서 있는 사거리를 만나면 왼쪽 해수욕장 언덕으로 방향을 튼다(6). 물론 시간 여유가 된다면 해안절벽이 유명하다는 벌금항에 들렀다 다시 나와도 좋다.

조그만 언덕을 넘어서면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사장 바닥이 단단해 물이 빠진 뒤에는 자전거를 타고 그 위를 달려볼 수도 있다. 이후로도 만나는 포구마다 고기잡이를 위해 그물을 손질하고, 잡힌 고기를 말리는 손길이 분주하다. 하나하나 모두 삶의 의욕을 돋우는 살아 있는 어촌 모습 그대로다.

해수욕장과 포구 구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해안절벽 지대가 길게 이어진다. 급경사 지역으로 차도를 닦는 데도 꽤나 공이 들어갔을 법한 이 길은 마치 남해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물색과 변화무쌍한 해안절벽 지역은 남해 그 이상의 아름다운 풍모를 지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무수히 쌓이고 또 쌓인 바위들은 수많은 생채기와 구멍들을 품고 지금도 바닷바람과 파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안절벽 지역을 거의 돌아오면 언덕 위에 지어놓은 팔각정자 쉼터(7)가 있다. 전망이 무척 좋아 들르지 않으면 후회막급일 요지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지나면 내리막길을 달려 곧 출발지인 파장금항에 도착한다.

여유를 부려볼 만큼 배시간이 남았다면 파장금항 옆에 있는 위도방파제까지 한 바퀴 돌아보고, 위도 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이용해보자. 파장금항은 한때 조기 거래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던 곳이어서 흥청대던 당시 흔적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코스설명

01 파장금항 여객터미널
02 팔작지붕 정자를 끼고 우회전
03 Y자 차도 갈림길에서 오른쪽
04 오른쪽으로 서해 페리호 위령탑
05 서해 페리호 위령탑
06 사거리에서 해수욕장 방면 좌회전
07 전망 좋은 쉼터
08 위도방파제
09 파장금항 여객터미널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를 나와 부안을 거쳐 30번 국도를 타고 격포 이정표를 따라가면 약 50분 만에 격포항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일행이 많지 않을 경우는 자전거를 고속버스에 싣고 부안까지 간 후 격포까지 약 35km를 자전거로 왕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총 라이딩 거리는 90km에 달해 1박2일로 일정을 짜기도 한다.


/ 윤문기 황금시간 출판팀장ㆍMTB 동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