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기자의 WHY?] 100만 돌파 '마더' 흥행 돌풍

영화 '마더'(감독 봉준호)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페이스다. 지금까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중 가장 빨리 100만명을 넘어선 영화는 주진모 조인성 주연의 '쌍화점'이다. 지난해 12월30일 개봉한 '쌍화점'은 4일 만에 100만 고지를 밟았다. 허영만 원작인 '타짜'는 5일만에, 장동건의 '친구'는 6일만에 그리고 김윤석의 '추격자'는 8일만에 각각 100만명을 돌파했다.　'마더'의 그 무엇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을까. 또 흥행몰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예고된 돌풍?

'마더'의 초반 흥행은 이미 예상된 사건이다.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보고 싶게 만드는 최상의 조합이 꾸려졌다. '괴물'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데다 TV에서 친숙한 '국민 엄마' 김혜자의 10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 여기에 꽃미남 한류스타 원빈까지 가세해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더구나 김혜자가 그간 드라마에서 쌓은 '된장 냄새 나는 포근한 엄마'와 180도 다른,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는 소식에 궁금증은 증폭됐다. 여기에 개봉 직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왜 경쟁부문에 출품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찬사가 더해졌다. 개봉 전부터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 CJ엔터테인먼트가 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것도 물적 토대가 됐다.

▶모성애, 영원한 화두

봉준호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엄마의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혜자 캐스팅에 5년 간 공들인 이유도 이미지 뒤집기를 통해 '극한의 모성애'라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살인 누명을 쓴 아들, "걱정마,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김혜자의 간결한 코멘트는 보편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류 공통의 화두인 모성애에 '슈퍼맘'을 요구하는 현실이 투영돼 관객들의 감성을 흔든다는 것이다. 사실 어머니들이 '슈퍼맘'이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식들이 '약하고 안돼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강해지는 것이다. 어찌보면 '마더'는 강한 엄마의 초상이 아니라, 우리 시대 '약한 자식'의 초상일 수 있다.

▶입소문의 방향은?

모든 영화가 대체로 그러하듯 '마더'가 흥행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2주차가 기로다. 초반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에 몰렸던 관객들의 입소문이 어떤 식으로 나느냐가 이후 페이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월 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초반 기세가 좋았지만 2주차 이후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바 있다.　평단은 호평 분위기다. 반전의 미학, 여운이 오래 남는 결말,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함의 등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관객들이 모성애에 관한 상식적인 휴먼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평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 연예사회팀ㆍ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