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워치콘2

〈제2보〉(16~30)=이 바둑을 둘 당시 원성진의 국내 랭킹은 7위. 일본은 개인 랭킹제 대신 타이틀 서열로 그 보유자의 랭킹을 인정한다. 야마시타는 기성(棋聖) 1개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최상위 타이틀이어서 당당히 서열 1위로 대접받는다. 명인 등 무려 6개 기전을 지배 중인 장쉬가 '사실상의 1인자'이지만 일본 바둑계는 공식서열을 의전에 엄격히 적용한다. 한국 7위 대 일본 1위의 이번 만남은 둘 간의 초면(初面).

6분을 숙고 끝에 16으로 젖혀갔다. 앞서의 참고도에 반발한 대응수단이다. 하지만 19로 침착하게 귀를 굳히니 초반은 흑의 구상대로 흘러가는 느낌. 백도 20으로 중원에 병풍을 친 뒤 22의 눈 목자로 좌변을 입체화하고 나섰다. 24까지 은밀한 흥정을 주고받는 장사꾼들 같다. 어차피 원성진은 먼저 작전을 걸어가는 타입은 아니다. 쌍방 시간을 물 쓰듯 하고 있다.

12분 만에 흑은 25, 27의 상용수단으로 좌변 삭감작업에 나선다. 백은 '가'로 끼워 응징하는 수가 어땠을까. 하지만 상대는 참고도처럼 4, 6으로 변신하면서 A와 B를 맞보기로 노려올 것이다. 이건 물론 백이 별로 재미없는 결과. 현재 가장 큰 곳은 역시 우하귀 쪽이다. 백이 30으로 즉각 뛰어들면서 반상(盤上) 분위기는 '워치콘2'로 격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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