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통해 단절·소통 다뤄"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작가 양혜규(38)가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르디니에 자리 잡은 한국관(館)에서 단독으로 《응결(凝結)》전(展)을 갖는 것과 함께 아스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에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미술축제의 국가관 작가로 뽑히는 것만도 영광스러운데 내로라하는 세계적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본전시에도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 출신인 양혜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위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주은지씨를 커미셔너로 선정했고, 주씨는 지난 2004년 함께 작업했던 양혜규를 한국관 작가로 지명했다. 주씨는 현재 뉴욕 뉴뮤지엄의 교육·공공 프로그램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한진해운과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한국관에 전시된 양혜규의 《응결》은 비디오·조각·설치 작품으로 나뉜다. 비디오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서울 아현동 주변과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기 전 한국관 주변의 쓸쓸한 풍경을 비디오에 담아 두 곳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살림〉이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은 양혜규가 살고 있는 베를린 아파트의 부엌을 재현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어떻게 단절됐고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것은 설치작품인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이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가운데 블라인드를 설치해 선풍기 바람에 블라인드가 흔들리게 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어떤 특정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블라인드에서 만들어지는 반(半)투명적인 공간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 싶었다"면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양혜규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도전일 수 있다"면서 "이우환 선생님이 '죽도록 일하라'고 하신 것처럼 작가로서 열심히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