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한국기원에 내년 말까지 휴직계 제출

톱 랭커 이세돌 9단의 휴직이 현실화됐다. 이 9단은 친형이자 매니저 격인 이상훈 7단의 손을 빌려 8일 오후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휴직기간은 2009년 6월 30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18개월간이며 2011년 1월 복직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9단은 지난 6일 벌어진 후지쓰배 8강전서 승리할 경우 4강전 및 결승전이 벌어질 내달 초까지 휴직을 보류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창하오 9단에게 패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이 9단은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메이필드 호텔서 벌어질 제21회 TV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데 이 대회가 휴직 전의 마지막 출전이 될 전망이다.

이 9단의 휴직으로 바둑계는 한 동안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은 현재 국수 명인(이상 국내) 삼성화재배 TV아시아선수권(이상 국제) 등 4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도전자선발 토너먼트 우승자가 타이틀 보유자에게 도전하는 형식의 국수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이달 25, 26일로 잡혀있는 물가정보배 8강 토너먼트 등 나머지 기전은 기권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세돌의 이번 휴직파동은 지난 달 26일 열린 기사총회가 표면적 도화선이 됐다. 바둑리그 불참 등 몇 가지 일탈에 대해 동료 기사들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이사회로 넘기자 이세돌은 충격에 빠져 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한국기원과의 뿌리깊은 불화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세돌은 한국기원의 행정에 종종 반기를 들었고, 한국기원은 이세돌의 돌출행동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이세돌이 빠진 1년 반 동안 한국바둑의 국제 경쟁력은 뚜렷이 약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20개월째 국내 랭킹 1위 자리를 고수해 온 이세돌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왔었다. 또 특유의 과감성과 전투력으로 다른 어떤 기사보다 높은 인기를 누려와 그의 휴직이 바둑계 전체의 인기 저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한국기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내달 2일 이사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 기사회의 ‘조치’ 요구를 어떤 식 결론으로 매듭지을 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