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밝히는 '마더'의 오해와 진실 난 암시장치 두는 것 싫어 달력 날짜·소품 하나까지 사소한 데 의미 안 뒀으면
봉준호 감독은“불편함과 강렬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나는 이 영화를 강렬
하고 충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영화 '마더'가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1일째인 7일 현재 관객은 219만4000명. 객석이 차면서 영화에 대한 갑론을박도 달아오르고 있다. '마더'를 연출한 봉준호(40) 감독을 8일 낮 서울 대치동 영화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나 갖가지 논란과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마더'를 '마더'들이 많이 봐줬으면 했는데, 평일 관객이 많은 걸 보면 그렇게 된 것 같다"며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성애를 강조한 마케팅 때문인지, 영화가 기대와 다르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엄마의 광기와 극한은 개봉 전에도 충분히 얘기했습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고 보는 영화는 아니겠지요.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보다 훨씬 극한으로 갔고, 엄마라는 인간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니까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요."
―영화가 우울하다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모성은 양심도 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엄마와 아들이 손에 피를 묻히고 밥상을 마주하죠. 이 영화의 딜레마입니다. 모자가 아니라 어미 짐승과 새끼의 모습이죠. 맹수가 새끼를 지키려고 이빨을 드러낼 때 도덕이나 선악이 적용될까요. 영화 속 엄마가 사악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불쌍하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요."
―죗값은 엉뚱한 사람이 치르게 되고 엄마는 모든 기억을 잊으려고 춤추며 영화가 끝나잖아요.
"라스트 신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 영화는 출구가 막혀 있어요. 마지막 30분은 2004년 김혜자 선생님을 처음 만나서 '마더' 얘기를 했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어요. 답을 제시하지 말고 문제제기를 해보자는 것이었죠."
―김혜자씨 연기에 100% 만족했습니까.
"감독은 배우의 연기에 점수를 매기는 입장이 아닙니다. 같이 뒤엉켜서 영화를 만들죠. 점수는 관객이 매기는 겁니다. 다만 극한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김혜자 선생님이 '나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여 달라'고 말씀했을 때 저는 '예. 저는 원래 그렇게 합니다'라고 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