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펠햄 123

덴절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연출한 토니 스콧 감독과 만났으니, 관객의 기대치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11일 개봉하는 영화 '펠햄 123'은 그다지 흥미진진하지도 액션이 펑펑 터지지도 않는다. 악당들이 교통수단 중 지하철을 납치한다는 소재는 새롭다. 나머지는 예전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여러 번 본 듯한 구성이다.

미국 뉴욕 브롱스의 '펠햄 베이 파크'에서 오후 1시23분에 떠난 지하철 '펠햄 123'이 악당들에 의해 납치된다. 납치범 두목 라이더(존 트라볼타)는 지하철 통제센터의 배치담당 가버(덴절 워싱턴)에게 1시간 내로 1000만달러를 준비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지정한 시각에서 1분 늦을 때마다 인질을 1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 우여곡절 끝에 가버가 직접 돈 가방을 갖고 지하로 들어가고, 악당들의 진짜 목적은 1000만달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영화엔 뭔가 복선이 깔린 듯한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한다. 연방은행에서 인출한 1000만달러를 싣고 가던 수송차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다. 악당 두목은 지하철 간부를 지내다 배치담당으로 강등된 가버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고백을 받아낸다. 경찰은 느닷없이 가버의 집을 수색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그 자체로 완결된다. 풍선을 부풀려 올렸다가 적절한 시점에 터뜨리는 게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전형적 문법인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풍선들은 죄다 두둥실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존 트라볼타는 체중이 분 뒤로는 역시 악역을 맡을 때 돋보인다. 덴절 워싱턴은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 먹는 소시민 역할을 위해" 체중을 100㎏으로 늘렸다는데, 영화에서 전혀 소시민 같지 않으니 괜히 살만 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