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억지 도킹

 

 

〈제4보〉(46~61)=일본 바둑은 유난히 돌의 형태를 중시한다. 행마가 리드미컬하고 미학(美學)적이어서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거친 주먹의 한국 기사들을 만나면 맥을 못 춘다. 야마시타는 일본 기사들 중 가장 한국형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기사.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싸움을 즐기는 그의 '실용주의' 바둑이 일본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시사적이다.

백은 일단 46으로 중앙 봉쇄부터 피하고 본다. 47, 48 교환은 자체론 손해. 하지만 축(逐)을 보고 있다. 백이 52로 53 자리에 끊고 54로 몰 경우 47이 축머리에 해당한다는 뜻. 흑은 손해수를 교환한 대가로 52의 굴복을 얻어냈다. 53에 잇자 하중앙 흑진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백도 58까지 '줄행랑 작전'이 순조로운 모습. 사건은 그 직후에 터졌다.

59 때 60은 '억지스러운 도킹'. 자신의 힘을 과신한 일착이자 끝까지 이 바둑을 몰리게 만든 장본의 한 수였다. 여기선 참고도 백 1의 젖힘이 절대. 흑 2로 치중해 오겠지만 3점을 버리고 양쪽을 수습할 수 있다. 흑 12는 백에게 13(또는 A)을 맞아 무리다. 야마시타는 여기서 무려 21분의 기록적 장고를 거쳐 61 선수(先手)부터 착수한다. 백은 60 부근에서 허리가 두 동강 나며 고전에 빠져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