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떨고싶니?

해마다 여름이면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찾아온다. 유독 여름철에 공포영화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아마도 더위를 싹 잊게 해준다는 영화 외적의 효능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공포를 느낄 때에는 몸에서 추위를 탈 때와 같은 반응이 일어나 실제로 체온도 약간 내려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포영화를 단순히 더위를 식혀주는 부채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른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보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즐겁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든가, 귀신의 장난을 지켜본다든가, 불가항력으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등 결코 일상생활에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 그렇지만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또 영화 속 주인공이 끝내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통쾌함을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공포영화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금방이라도 극장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 과격한 영상과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은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바로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다. "살려 달라"고 소리칠 걸 알면서 사람들이 한참 동안 줄을 서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최대한 무섭게 보는 것'뿐이다. 다음의 몇 가지만 염두에 둔다면 공포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짜릿함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첫째,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 다르고 그 두려움의 강도도 다르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같이 날카로운 무기와 강렬한 핏빛, 여기에 공포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공포영화다. '소름'과 같이 구체적인 대상은 없지만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원혼, '쏘우'와 같이 끔찍하고 잔인한 살육 장면, '샤이닝'과 같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은 압박감 등 공포영화도 영화마다 다른 소재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자신이 무엇을 가장 무서워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그것에 맞는 공포영화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마음을 비운다. 어떤 철학적 메시지나 짜임새가 절묘한 플롯을 기대하고 공포영화를 보면 김 새기 마련이다. 물론 이를 만족시키는 공포영화도 종종 나오지만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영화 속에 사용된 피가 가짜라느니, 특수효과가 엉성하다느니,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느니 하며 불만을 늘어놓는다면 영화는 코미디가 되고 결국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셋째, 극장에서 본다. 극장을 권하는 이유는 어둠과 온도, 사운드를 모두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는 어둡고 시원한 곳에서 더욱 무섭게 느껴지고 주인공의 비명이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뒷받침된다면 조건은 완벽해진다. 방 안을 고집한다면 늦은 밤에 조명은 모두 끄고 에어컨을 켠 뒤 헤드폰을 쓰면 된다. 이런 준비만으로 어떤 공포영화를 선택하든 확실한 공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