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그녀의 영화 같은 사진… 사진 같은 영화

그녀를 왜 보지 못했을까. 아내 오노 요코를 부둥켜안고 있는 존 레넌의 발가벗은 사진을 보았을 때도, 불뚝 나온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는 데미 무어의 사진을 보았을 때도, 그 이후 국내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닮은꼴' 임신부 스타의 사진을 보고 또 보았을 때도, 정작 사진작가였던 그녀, 애니 레보비츠의 이름엔 주목하지 못했었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Lebovitz)의 다큐멘터리 영화 '애니 레보비츠(11일 개봉)' 속 그녀는 말 한마디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여성이었다.

사진은 피사체 그 자체보다 찍는 사람의 눈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그런 점에선 애니 레보비츠에게 사진을 찍힌 사람들이 그 스스로 '행운아'라고 말하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10분 만에 완벽한 '그 컷'을 찍어내는 그녀의 능력에 '까칠하다'는 할리우드 배우들도 감탄을 절로 쏟아내니까. 미국 문화 평론지 '롤링 스톤스'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문화 패션 월간지 '베니티 페어'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음악·연예·패션 등 대중문화의 얼굴을 담은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는 그들의 '그 순간'을 담아 유명세를 날렸다.

그녀의 동생 바버라 레보비츠가 감독이 돼 진술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도 표면화시킨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지식인 고(故) 수전 손택(Sontag)과 그녀와의 정신적인 애정관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손택의 이끌림에 '연예인 전문 사진작가'였던 그녀는 죽음과 배고픔, 갈등이 있는 내전(內戰)지역을 찾는다. 이 영화는 그녀의 삶을 주목하는 동시에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의 그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영화 그 자체로 감상하기엔 감흥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20세기 미국, 그 이상의 대중문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진작가 레보비츠에 대해 지식을 넓히는 덴 이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없다.

▶전문가 별점

영화와 사진 사이에서, 스타와 일상 사이에서 흥미롭고 다소 중심없는 영화.

― 이상용·영회평론가 ★★★

지극히 정적인 순간을 동적으로 잡아내려는 순박한 노력.

― 황희연·영화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