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외줄타기

〈제6보〉(83~100)=일본에서 '소년소녀바둑대회'가 30년째 중단 없이 계속 중이란 사실은 무척 부럽다. 바둑 입신(立身)에 뜻을 둔 전국 어린이들이 매년 부푼 꿈을 안고 모여드는 이 대회의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바로 야마시타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이던 86년 고학년 형들을 줄줄이 눕히고 전국을 제패했다. 이 기록은 그 11년 뒤인 97년 이야마(井山裕太)에 의해 딱 한 차례 재현됐다.

83의 빈삼각이 정확한 공격의 급소. 89까지 백 대마를 집어삼킬 듯 사납게 몰아친다. 백은 게다가 중앙의 넉 점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입장이어서 더욱 고통스러운 형세. 하지만 이런 역경을 타개하는 것이 원성진의 장기다. 바둑돌이란 게 반탄력이 있어 흑도 보기보다 거저먹을 형태는 아니란 중론.

90으로 버텼을 때 흑이 93에 못 젖힌 이유는 참고1도가 설명한다. 대신 91에 몰아 일단 축(逐)으로 잡았는가 했는데 92. 여기서 흑이 넉 점을 챙기면 백은 참고2도 10까지 날씬하게 타개한다. 수순 중 3으로 A면 백 B를 당해 우상귀가 무사하기 힘들다. 100까지, 중앙의 축도 피하고 상변의 활로도 뚫은 솜씨가 외줄타기 곡예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