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한날한시에 함께 죽자" 소녀들의 위험한 맹세

여자 고등학교 내 성당에 모인 여학생들이 '한날한시에 함께 죽을 것'을 맹세한다. 그날 밤 언주(장경아)가 학교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언주의 절친한 친구였으나 최근 들어 멀리해 온 소이(손은서)가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소이와 함께 '피의 맹세'를 한 친구들이 언주가 자살하던 날 밤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학교 안에 돈다. 언주를 의식적으로 따돌려 온 것에 죄책감을 갖던 은영(송민정)은 환청과 허깨비에 시달리다 "언주가 우리를 데려가려 한다"며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여고괴담 5: 동반자살'(18일 개봉)은 1998년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출발한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매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여고생'이란 세대와 상징을 미묘하게 섞어 공포물로 빚어 온 이 시리즈는 이번에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여고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주인공 여고생들은 1등과 남자친구, 그리고 동성친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새로운 유형이다. 교사들은 영화에서 들러리 역할에 머문다. 성인 관객들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무서운 학교의 추억은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는 '무서운 청소년 영화'에 가깝다. 여고괴담이 '여고와 괴담'으로 이행하는 것일까.

피범벅 얼굴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장면은 여전히 무섭지만 소름 끼치지 않는다. 어린 욕망에 불타 살기를 띠는 여고생을 더 무섭게 연출(연기)했으면 좋았으련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옥상 투신을 한 쇼트에 담은 장면이다. 모자이크 없는 119구조대 영상이 그럴 것이다.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