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확대되는 전선(戰線)

〈제10보〉(144~156)=바둑 승부란 때론 참 요상해서, 도무지 질 수 없을 것 같던 판을 허망하게 내주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절대우세를 잡았을 때 조금씩 양보하고 안전 운행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상대가 죽기살기로 버텨오면 함부로 칼을 휘두르기 겁나기 때문일까.

이 바둑만 해도 백은 우상귀 쪽 대마의 삶을 유보한 채 처절하게 저항 중이다. 144까지 좌하귀를 토실토실하게 키운 뒤 선수(先手)를 뽑아 148까지 우하귀도 살았다. 수순 중 144로 참고1도 1, 3으로 중앙 흑에 흑심을 품는 것은 모험. 4, 6이 선수여서 거꾸로 우하 쪽 백이 먼저 잡힌다.

흑도 더 이상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는 없는 상황. 149에 따내 미뤘던 대마 패(覇)싸움이 재개됐다. 150도 얄미운 팻감이다. 참고2도 2의 건너붙임이 듣고 있는 것. 155로 따내자 156이 투하된다. 백은 이곳의 팻감을 철석같이 믿고 지금껏 버텨왔다. 손해 없는 팻감을 쓰는 것이 패싸움 때의 요령. 전선이 갈수록 확대돼가고 있다. (152…△, 155…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