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팀의 금주의 선택] 첫 키스, 그 황홀한 현기증

키스는 어떤 남녀의 관계를 규정하는 행위다. 입맞추고 싶다는 생각은 사랑의 필요조건이며 호감의 충분조건이다. 피부와 장기(臟器) 중간쯤에 어정쩡하게 돌출된 혀를 맞닿음으로써 남녀는 비로소 적극적으로 교감한다. 특히 첫 키스는 황홀난측(恍惚難測)의 현기증이며, 그 추억은 잘 벼린 강철처럼 날카롭다. 첫 키스를 명징하게 기억하는 당신, 프랑스 영화 '쉘 위 키스(18일 개봉)'를 찬양할 것이다.

에밀리(줄리 가예트)는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가브리엘(미카엘 코엔)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는다. 헤어지기 직전, 가브리엘은 굿바이 키스를 제안한다. 에밀리는 "하고 싶지만 안하는 게 좋겠다"며 "키스한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에밀리는 '아는 사람의 경험담'이라며 얘기를 시작한다. 남편이 있는 주디트(비르지니 로도엥)와 여자친구가 있는 니콜라(엠마누엘 무레)는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절친한 친구 사이. 애인을 떠나보낸 니콜라는 주디트에게 "하루 종일 '그것'을 하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도움을 청한다. 망설이던 니콜라와 주디트가 키스를 하는 순간, 친구였던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얽힌다.

남녀가 만나 다른 남녀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 영화엔 코미디와 비극과 로맨스가 두루 섞여 있다. 섞여 있으되 비빔밥이 아니라 초밥세트처럼 가지런히 섞였다. 남녀 사이에 친구관계가 가능할까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우습고도 슬프고, 귀엽고도 비장하다.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는 노출이랄 게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보기에 따라 굉장히 자극적이기도 하다. "앉을까?" "누울까?" "벗을까?" 이런 대사들이 덤벙대며 등장하는 영화가 자극적일 수 있는 건 각본을 쓰고 니콜라 역도 연기한 엠마누엘 무레 감독의 짓궂도록 영리한 연출 덕분이다. 세계에서 성인들의 섹스횟수가 가장 많다는 프랑스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키스신은 모든 키스신들의 경배를 받아 마땅하다.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아름답고 장엄한 키스였다.

▶전문가 별점

키스와 음악과 낭만 사이를 흐르는 귀여운 프렌치 기호들.

― 이상용·영회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