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컬렉터들 '컬렉터들'에 열광하다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앞두고 프리뷰가 열린 지난 4일, 각 나라 전시관이 있는 자르디니에는 VIP 초대장을 받은 전 세계의 미술관장과 큐레이터, 컬렉터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이 앞다퉈 줄을 선 곳은 고급저택처럼 꾸민 덴마크관과 노르딕(Nordic)관이었다.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름그렘(Elmgreen)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르 드라그세트(Dragset)가 《컬렉터들(The Collectors)》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하고 작품도 내놓은 전시장이었다. 이처럼 프리뷰 때부터 입 소문을 탔던 《컬렉터들》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로 꼽히고 있다.

《컬렉터들》은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국가관이 하나의 기획 아래 꾸며진 전시였다. 엘름그렘과 드라그세트는 모두 24명의 작가와 디자이너를 참여시켰다. 노르딕관은 베벌리힐스의 저택처럼 최고급 가구와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인테리어가 돼 있다. 덴마크관 역시 주방에 최고급 자기와 식기가 가득하고 우아한 가구가 놓여 있는 가정집이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식탁은 반으로 쪼개져 있고 서재로 통하는 계단은 무참하게 부서져 있어 파괴된 가정을 묘사하고 있다. 덴마크관은 이혼으로 갈라선 것처럼 보이고, 노르딕관은 집주인으로 추측되는 남자 인형이 수영장에 익사한 것처럼 떠 있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술 전문가들은 현대미술의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베니스비엔날레가 올해는 평이했다고 낮게 점수를 매기면서도 《컬렉터들》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우선 다른 국가관들이 대체로 거창한 전시를 내세우며 공적인 전시공간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컬렉터들》은 집이라는 사적 공간으로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을 전환한 점에 주목했다. 관람객은 마치 집에 초대된 손님처럼 거실과 방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험을 공유한다. 국제갤러리의 이기모 수석디렉터는 "관람객을 그대로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 주목하도록 끌어들이고, 인테리어를 초현실적으로 꾸며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차원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렉터들》이 다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현대미술은 기성 가치에 저항하고 성찰적인 면을 강조하며 상업성이나 실용성과 합류하기를 꺼려왔다. 그러나 이 전시는 아트와 디자인이 서로 섞이면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흐름을 보여준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한 리뷰를 통해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최고의 국가관에 주는 황금사자상은 거장인 브루스 나우만(Nauman)의 작품을 전시한 미국관에,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본전시 참가 작가에게 주는 황금사자상은 독일의 토비아스 레흐베르거(Rehberger)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