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 가는 산행] 서산 해미읍성문화축제 & 팔봉산

단 3일간 해미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6월12~14일 해미읍성에서 열려… 즐기는 체험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다채로워

옛날 충남 서산 땅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았다. 하루는 아버지가 밭일을 하는데 산에서 돌이 굴러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에 아들은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고 외쳤으나 말을 느리게 한 탓에 아버지는 돌에 깔리고 말았다. 건강을 회복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 굴러가유”를 빨리빨리 발음하도록 훈련시켰다. 아버지가 밭일을 하는데 또 돌이 굴러오자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고 빨리 말했다. 아버지는 재빨리 피했으나 뒤에 떨어진 돌에 깔리고 말았다. 그러자 아들은 “두~ 갠디~”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서산이 그 진원지라 떠도는 얘기다. 가만히 살펴보면 서산의 지형적 특성과 연관된 부분이 있다. 서산은 충남에서도 금북정맥 서쪽에 자리한 탓에 예로부터 교통이 불편해 농촌 특유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었다. 금북정맥에 둘러싸인 터는 평야가 많고 산과 바다를 동시에 접하고 있어 삶의 방식도 다양하고 여유로웠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심성이 여유롭고 해학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얘기도 서산이 그 배경이었을 것이다.

여유로움과 해학이 있는 서산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가 ‘해미읍성문화축제’다. 지난해까지 ‘해미읍성병영체험축제’로 매년 10월 열리던 것을 올해부터 이름을 바꿔 6월로 옮겼다. 그 동안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 병영체험을 주제로 한 해미읍성병영체험축제는 지난해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역대 최대 관광객이 찾았으며 충청남도 최우수 축제로 지정돼 1억 원을 지원받는 등 서산 대표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축제 명칭이 바뀐 만큼 내용도 바뀌었다. 기존 병영체험축제는 ‘병영’에 초점이 맞춰 있어 한정된 관광 이미지와 프로그램 구상 등에 한계를 보였으나 문화축제로 바뀜으로써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성을 마련했다. 더불어 서산의 대표 농특산물인 감자, 마늘, 밀국낙지, 우럭 등이 6월이 제철인 것을 축제에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축제는 병영, 예술, 음식, 음악, 놀이, 문예, 운동 등 서산의 색이 배인 다양한 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행사는 해미읍성 내에서 열린다. 해미읍성은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으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석성 중 평지에 쌓은 것으로는 독보적이다. 우리나라의 성은 대부분 산에 지어졌거나 강을 끼고 세운 것이었다.

당시 읍성의 군졸들은 매일같이 교수, 참수, 몰매질, 석형, 백지사형, 동사형 등으로 신자들을 죽였다고 한다. 그러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돌다리 위에서 사람의 발다리를 잡고 들어서 메어치는 자리개질이 고안되었으며 여러 명을 눕혀 놓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도 했는데, 혹시 꿈틀거리는 자가 있으면 횃불로 지져 숨을 끊었다고 한다.

해미 진영의 서문 밖은 항상 천주교 신자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그 피로 내를 이루었다 한다. 한 명씩 처형하는 데 지친 관헌은 병인박해 때는 시체 처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생매장을 했다. 해미 진영의 서녘 들판에 수십 명씩 끌고 가 아무데나 땅을 파 구덩이에 산 채로 집어넣고 흙과 자갈로 덮어 버리는 처형이었다. 이는 당시의 종교박해와 사람을 죽이는 잔혹성을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조선 태종이 왜구에 대한 방비책으로 축조토록 지시해 1421년 축성되었으며 1421년부터 1651년까지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며 충청의 군사중심지 역할을 했다. 당시 성 안에서 근무했던 병력이 850여 명에 달했으며 충청도 병권의 지휘소로서 국방은 물론 내란 방지 등의 임무도 맡고 있었다. 당시 이순신 장군도 선조 12년(1578년)에 병사영의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한 기록이 있다.

1651년(효종 2년) 병마절도사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해미현 관아가 옮겨 와 해미읍성이 되고 현감인 겸영장(兼營將)이 배치되면서 호서좌영(湖西左營:충청도에 있던 다섯 개의 병영 중 하나)으로 명칭이 바뀌고 지역 행정과 치안을 맡는 중심지가 되었다. 성곽은 하단부에 큰 돌을 쌓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을 포개어 쌓고 쐐기돌을 많이 끼운 조선 초기의 전형적인 축성법을 보여주며 안쪽은 흙으로 내탁되었다. 성 둘레에는 탱자나무를 돌려 심어 탱자성이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성내에는 수령이 600년 된 사연 많은 회화나무(일명 호야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후기 천주교인들을 철사에 묶어 목 매달아 죽인 나무인 것이다. 1866년 병인양요, 1868년 남연군묘 도굴사건에 이어 1880년 천주교 박해 때 내포지방의 천주교 신자들을 체포해 이곳에서 처형했는데 그 수가 1000여 명 이상이었다.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여기에서 처형되었으며 병인박해 외에도 1790년대부터 처형된 순교자가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주로 면천, 덕산, 예산 등 내포지방에 살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을 해미 진영 군사들이 수시로 급습해 재산을 약탈한 후 신자들을 체포했으며 해미 진영 서문 밖 사형장에서 처형했다. 체포된 신자들 가운데 신분이 높은 양반층은 상급 치소인 홍주·공주·서울로 이송했으며, 신분이 보잘 것 없는 서민은 심리절차 없이 이곳 해미에서 처형했다.

그래서일까. 화창하게 맑은 날에도 읍성 안을 거니노라면 이상하게 사람의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뭔가가 있다. 그 중에서도 회화나무 근처를 거닐 때는 사연 때문인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이렇듯 해미읍성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관광지 이상의 뭔가를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킨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며 인간이 만들어낸 권력이 얼마나 인간을 잔인하게 해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육의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측면을 감안해 ‘병영체험축제’를 ‘읍성문화축제’로 바꾼 것은 참 잘한 것이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는 것을 보고 즐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축제는 6월 12일 금요일부터 14일 일요일까지다. 아침부터 밤까지 여러 행사가 열리므로 언제든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축제는 뭐니 뭐니 해도 직접 참여해 즐기는 것만한 게 없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병영체험이 있다. 실제로 며칠 동안 조선시대 포졸이 되어 보는 것이다.

12일 무예수련원 입소식(15:00~15:30), 무과 기초훈련(16:00~17:00), 문과 기초훈련(17:00~18:00), 야간체험 및 훈련(17:00~18:00), 야간근무체험(21:00~22:00)을 받고 13일 군영정비 및 제식훈련(09:00~10:00), 충청병마절도사 출정식(10:00~11:00), 무과훈련(13:00~15:00), 문과훈련(15:00~17:00), 14일 해미읍성 역사교육(09:00~12:00), 자연체험 및 교육(13:00~14:30), 단체경합(14:30~15:30), 장원 선발(15:30~17:00), 단체훈련(17:00~18:00), 대동놀이(17:30~18:00) 등을 통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볼거리로 고유제, 박첨지놀이, 지점놀이, 봉산탈춤, 지역문화공연 등이 있으며 부대행사로 축제 전야제(12일 20:00~22:00), 동아리페스티벌(12일 18:00~19:00), 천주교 순교행렬(12일 19:00~20:00), 서울재즈오케스트라 공연(13일 18:00~19:30), 청소년 댄스가수경연대회(13일 13:00~15:00, 19:30~21:00), 불꽃놀이(13일 21:00~22:00), 해미읍성 보물찾기(14일 10:00~11:00), 특산홍보마당(14일 11:00~12:00), 폐막식 및 대동놀이(14일 17:00~18:00) 등이 열린다.

푸짐한 상품이 걸린 즐길거리로는 전통장사씨름대회, 중부권 궁도대회, 읍면동 풍물경연대회, 전국사진작가 출사대회, 읍면동 대항경기대회 등이 있다. 시간에 관계없이 관광객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병영의상체험, 민속주막체험, 가훈 써주기, 읍면동 저잣거리, 투호놀이,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팽이 돌리기, 자치기, 사방치기, 비석치기, 굴렁쇠 굴리기 등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재미가 곳곳에 쌓여 있다. 아이를 대동한 가족단위 관광객과 외국인, 실버관광객에게 권할 만한 축제다.


여행정보 (지역번호 041)

>>숙박

해미읍성 내에 저잣거리와 주막 등이 있어 행사장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읍성 주변 숙소는 금강여관(688-2023), 미르장(688-1819), 한일장(688-4713), 거북장(688-2149) 등이 있다. 서산 시내에는 숙박업소가 많다.

>>별미

6월의 서산 별미는 밀국낙지탕이다.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은 10~15㎝의 어린 낙지를 통째로 박 속에 넣어 조리한 해안 토속음식이다. 구수하고 맛이 좋아 6월 초면 밀국낙지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낙지를 먹은 뒤에는 국수를 말아 식사를 해결하면 금상첨화이며 지곡면 중왕리에 토속음식점이 많다. 낙지한마당(662-9063), 우정횟집(662-0763), 중왕뻘낙지(664-8088), 왕산포횟집(662-9607) 등이 있다.

>>교통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 해미나들목 → 해미읍성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30~20:00)으로 운행하며 요금은 7,200원에 1시간40분이 걸린다. 서산공용버스터미널에서 해미행 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20분 정도 걸린다.
※서산 해미읍성문화축제 홈페이지 www.haemifest.com , 서산시 문화관광과 041-660-2498

3봉 가는 길에 두부를 싹둑 잘라 놓은 것 같은 바위가 있다. 그 사이는 배낭을 벗어야 지날 수 있다. 1봉에 이은 두 번째 비만도 테스트. 길 옆에 있어 꼭 지나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재미로 두부싹둑바위 속을 지난다. 그 다음은 헬기장 곁의 정자다. 놀았으니 쉬어가라 산이 권한다.

3봉이 팔봉산 정상이다. 정상 암봉 직전에서 길이 나뉜다. 하나는 바위 속으로 터널을 뚫어 오르는 듯한 구멍길이고 하나는 바위 밖으로 난 철계단 길이다. 철계단은 조망이 좋고 구멍길은 세 번째 비만 테스트. 다음은 암봉 중턱의 테라스다. 바다 쪽은 봉우리가 막고 있어 안 보이지만 동쪽으로는 훤하다. 수수하게 낮은 구릉성 덩치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툭 건드리면 “돌 조심해유”하고 정감 있게 얘기할 것만 같은 산등성이들이다.

팔봉산

“아부지, 팔봉산에서 돌 내려와유!”

“아부지, 돌 내려가유”란 일화가 만약 실화였다면 그 후보지에 가장 가까운 것이 팔봉산 자락이다. 가야산 같은 큰 산도 홍성 경계에 있지만 낙석이 생길 만한 산세나 논밭에 가까운 것으로 따져보면 실제 있었던 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팔봉산과 딱 맞아떨어진다. 마을과 인접해 있고 바위가 많은 산인 게다.

팔봉산(361.5m)은 신수가 훤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산을 모르는 사람도 차 타고 지나다 보면 “저 산 멋지네”라고 말할 정도니, 산 좀 탔다는 이라면 안 타고는 못 배길 정도로 탁월한 산세다. 361m로 낮지만 결코 낮지 않다. 주변에 팔봉산보다 높은 산이 없어 일반인들 사이에 연예인이 한 명 낀 것처럼 눈에 확 띄는, 스스로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나름 끼 있는 산이다.

팔봉산은 엄밀히 따지면 봉우리가 9개라고 한다. 제일 작은 봉을 제외하고 팔봉산이라 이름 붙였다 하는데 매년 12월 말이면 그 작은 봉우리가 자기를 넣지 않았다고 울었다는 난감한 전설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그 작은 봉우리는 태안으로 옮겨가 백화산이 되었다고 하는데, 태안 사람이 들으면 화낼 얘기다. 백화산(284m)은 태안의 진산이자 최고봉인, 지역을 대표하는 산이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양길리주차장이다. 평일인데도 대절버스와 승용차들이 제법 눈에 띈다. 마을 할매들이 나물이니 버섯이니 하는 것들을 광주리에 담아 자리를 폈다. 시장 상인들처럼 불러서 사라고 권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봄볕 속 나무 그늘을 가만히 즐기고 있다. 등산로 입구의 안내소에는 걸쭉한 사투리의 지킴이가 한마디 물으면 다섯 마디를 보태 구수하고 성의 있게 답해준다. 이런 시골 느낌이 참 좋다.

성신여대 산악부OB 임영화(25)씨와 함께 입산한다. 소나무향 가득한 임도길이 천천히 몸을 풀라고 완만한 경사를 내준다. 거북샘은 거북이 모양의 바위를 조형한 약수터다. 그러나 올해 2월에 있었던 수질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손만 씻는다. 의외로 상당히 차다. 임도 끝에 화장실이 있다. 본격적으로 산에 들기 전에 근심은 풀고 가라는 배려, 서산시에서 제법 신경 써 등산로를 정비한 것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숨이 조금 차 오르자 주능선 안부다. 널찍한 평상이 앉았다 가라고 유혹하지만 아직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밖에 안 됐다. 5분을 가자 1봉이다. 단순한 암봉이 아니다. 커다란 돌무더기가 겹쳐진 봉우리다. 바위 꼭대기에 오르려고 살펴보지만 뭔가 붙잡고 오를 수 있는 모양새가 아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오른쪽에 가니 조망이 툭 터진다.

서산에 와서 처음 보는 바다다. 파란 하늘 아래 바다가 천연덕스레 웃고 있다. 그러나 왼쪽 정상부 바위에 가려 시야가 자유롭지 않다. 가운데 틈새를 보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겠다. 배낭을 벗고 사이를 관통해 지나자 다른 공간이 반긴다. 바위 사이로 조심스레 몇 발짝 오르니 조망터다. 배가 나온 이는 쉬 접근하기 힘든 숨겨진 조망터인 셈이다.

다시 안부로 돌아가 2봉을 향해 간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지긋한 연세의 노신사들이 줄지어 오른다. 특히 흰 양복을 입은, 거기에 운동화를 신어주는 센스를 발휘한 어르신이 눈에 띈다. 자꾸 실없이 웃음이 난다. 2봉 오름길부터 산행이 다이내믹해진다. 철계단이나 고정 로프 같은 게 있는 바윗길이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위험하진 않다. 흰 양복에 운동화를 신은 어르신도 올라갈 수 있는 코스다.

2봉 오름길 사이사이에 조망이 터진 곳이 맛보기로 나온다. 봉우리에서 흠뻑 취하려 슬쩍 곁눈질만 하고선 꾹 참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2봉은 1봉보다 작은 바윗덩이가 터를 잡고 있다. 바위가 크지 않으니 오르기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붙잡을 곳이나 디딜 곳이 마땅찮다. 왼쪽으로 돌아 오르니 오른쪽이 더 쉬워 보인다.

어쨌든 우뚝 서 본다. 아, 바다 냄새. 시원하면서 기분 좋은 짠내가 있어, 맨살로 파도와 뒹굴던 바람이 진한 살 냄새를 풍기며 뛰어와선 와락 안긴다. 저 아래 1봉의 기묘한 바위 무더기나 사이좋게 나눠 놓은 논밭 그림도 잘 어울린다. 1봉은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사람 옆얼굴도 되고, 호랑이도 되고, 흰 양복에 운동화 신은 할아버지도 된다. 재미있는 산이다.

다시 철계단을 오르니 정상이다. 암봉이 쌍봉낙타처럼 두 개 솟았는데 두 군데 다 표지석이 있다. 각기 다른 산악회에서 세운 것이다. 몇 봉이라 적혀 있지 않지만 3봉 정상이 연달아 선 것으로 보는 듯싶다. 서해안의 가로림만 사이사이로 거북이등처럼 솟은 것들은 구릉이다. 갯벌과 섞여 거북이 떼가 등에 숲을 지고 서해로 헤엄쳐 가는 것처럼 오밀조밀하다. 나머지 다섯 봉을 맛보러 간다.

철난간을 붙잡고 암봉을 내려서니 흙길이 수고했다고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 네 번째 봉우리도 암봉이다. 조금만 걸어도 봉우리가 바로바로 나온다. 땅 따먹기 하듯 봉우리를 하나씩 발로 야금야금 먹으며 간다. 5봉부터는 육산에 가깝다. 나무가 높아 조망도 귀하다. 바다 반대편 동쪽에는 숲의 바다가 있다. 5분쯤 가만 앉아 있자 숲의 결이 보인다. 신록이 바람에 휘말리며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은밀한 몸짓……. ‘순진한 숲이 아니었어.’

서서히 넘어온 봉우리가 헷갈린다. 더 이상 조망은 없다. 산불감시초소를 해체한 슬레이트 더미가 있고 내려서니 안부에 평상이 있다. 볼 것도 없으니 발걸음이 빠르다. 8봉은 전형적인 육산, 조망 비슷한 것도 없으나 그늘진 숲이라 편안한 분위기다. 산불감시초소와 평상이 조금 더 있다 가라고 조른다.

숙제라도 끝낸 듯 여덟 봉을 넘고 나니 발걸음이 가볍다. 임도를 타고 내려가니 날머리의 꼼방울가든 마당에선 풍악이 한창이다. 먼저 간 대절버스팀의 뒷풀이다. 앗, 흰 양복에 운동화 신은 어르신이 춤춘다.

산행길잡이

>>산행코스

산행은 교통 편의에 따라 코스가 나뉜다. 대절버스를 타고 왔거나 콜택시를 타고 차를 세워둔 양길리주차장에 돌아갈 예정이라면 양길리에서 1~8봉까지 순서대로 탄 다음 어송으로 하산한다. 원점회귀를 원할 겨우에는 주봉인 3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거나 8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5봉 이후로는 육산이며 조망 없이 수수한 편이라 정상이나 4봉까지 산행 후 돌아가는 것이 낫다. 1봉에서 8봉으로 종주할 경우 쉬엄쉬엄 가도 4시간이면 떡을 친다.

>>교통(지역번호 041)

양길리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어송으로 산행 후 되돌아올 경우에는 콜택시를 부르는 게 낫다. 1만5,000원에서 2만 원 정도 받는다. 신흥콜택시(664-1114), 서산콜택시(666-8585), 개인콜택시(666-0606). 서산공용터미널에서 구도방면 양길행(팔봉산 입구)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08:20, 09:10, 10:05, 10:50, 12:05, 13:25, 14:35, 16:30, 17:05, 18:55, 19:30)하며 일반버스 1,100원, 좌석버스 1,500원에 30분 걸린다. 어송에서 서산행 버스는 2시간 간격으로 운행(1일 10회)한다. 서령버스(669-0551)

>>숙박

들머리인 양길리주차장에는 팔봉산가든(662-1718), 팔봉산민박(011-379-6531), 슈퍼 하나가 전부다. 날머리인 어송에도 꼼방울가든(664-3078), 대성쉼터식당(662-5691)이 전부다. 태안읍내나 서산시내에 숙박업소가 많다.


/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이상선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