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끼고 세상을 보라"

이 두 사람,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자 한다. 좌우 대립·신구 충돌…, 가뜩이나 반목과 갈등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대관절 색안경을 끼라니.

서울 광화문 'C스퀘어'의 인터뷰 갤러리 '원(one)'에서 열리고 있는 '퍼스펙티브(perspective·관점)'전(展)은 '착시'라는 도구로 소통을 말한다. 전시작가 배성균(33)·이석우(31)씨는 "시각을 바꾸면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긍정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빨간색의 'HATE(미워하다)'라는 커다란 글자가 갤러리 앞면 통유리창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갤러리 밖 가로에 있는 빨간색 아크릴판 설치물을 통해 보면 'HATE'는 정반대의 개념인 'LOVE'로 변한다. 케이크 조각 형태의 갤러리 안쪽에서도 '마술'은 이어진다. 맨눈으로 보면 보라색 벽에 있는 '싫증, 증오, 짜증' 등 부정적인 단어만 보인다. 하지만 내부에 세워둔 2개의 설치물을 통해 바라보면 공간에서 희망이 피어난다. 벽면의 부정적인 단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초록색 바닥에서 '사랑, 믿음, 반등' 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또렷하게 튀어 오른다. 빨간 불투명벽이라는 거름망을 통과하는 순간 '부정'은 '긍정'으로, '낙망'은 '희망'으로 바뀐다.

"어릴 적 빨간 셀로판지로 착시 놀이하던 추억을 떠올려 봤어요. 아무런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작은 도구로도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배씨는 삼성전자 디지털카메라 '블루' 시리즈를 디자인했고, 이씨 역시 삼성전자와 미국 디자인회사 '티그'에서 IT제품을 디자인한 촉망받는 산업 디자이너. 첨단을 창조하는 이들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장치로 인터랙션(interaction·상호작용)을 이야기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들은 "첨단기술로 인해 각박해진 현실에 염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을 위해 작은 기술로 감동을 최대화시키는 로테크 하이터칭(low-tech, high-touching)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원에서 진행 중인 기업과 디자이너 간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프로젝트 '원+원스(one+one's)'의 두 번째 전시로 모토로라가 후원했다. 다음달 31일까지. (02)724-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