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신들린 종반(終盤)

〈제12보〉(192~212)=초반부터 쌍방 시간을 물쓰듯하더니 오직 이 판만 남았다. 아침 10시 일제히 시작됐던 1회전 16판 중 나머지 15판은 끝난 지 오래다. 이 바둑 계시(計時)를 맡은 여류프로 김혜민 五단은 판을 잘못 고른(?) 셈. 그래서인지 두 대국자에게 번갈아 쏘아대는 초읽기 소리가 더욱 추상같이 들린다. 대국을 마친 기사 몇몇이 퇴장하지 않고 남아 빙 둘러싼 채 처절한 종반전을 지켜보고 있다.

흑 ▲의 팻감을 백은 본 척도 않고 192로 패를 해소했다. 이 바둑을 검토한 최규병 九단은 "이런 점이 원성진의 무서운 점"이라고 감탄했다. 팻감이 한없이 나와 손을 뺀 의미도 있지만, 초읽기의 와중에서도 패 해소 뒤의 형세판단이 완벽히 돼 있었다는 방증이란 의미였다. 가만히 보면 192는 우중앙 흑 대마의 안형(眼形)도 빼앗고 있다.

좌하귀 201까지는 외길. 206으로 참고도 1로 차단하면 우중앙의 거대한 흑 대마에 두 눈이 없지만 2, 4의 역습을 당해 백의 수가 모자란다. 206이 놓인 상태에선 209의 연결이 불가피한데 뭔가 허술한 형태. 뒤이어 212의 마무리 펀치가 신들린 종반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