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패(覇)'의 마술에 패(敗)하다

바둑 신(神)은 창하오(常昊)에게 먼저 미소를 던졌다. 22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시작된 제7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1국은 역전을 거듭하는 난전 끝에 창하오가 이창호를 241수 만에 흑 불계로 제압, 먼저 1승을 따냈다.

뼈아픈 재역전패였다. 중반까지 고전하던 이창호가 좌변서 수를 내면서 대세 반전에 성공하자 창하오는 중앙 백을 맹렬히 물고 늘어졌다. 결과는 패(覇). 하지만 팻감을 쓰는 과정에서 이창호의 실수가 터져 나왔고, 결국 상변 백의 옥토가 무너지면서 돌을 거둬야 했다.

이로써 이창호는 24일과 25일 속행될 2·3국에서 연승을 거두어야만 세 번째 춘란배 우승컵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창하오는 6회 대회 때 한 차례 준우승했을 뿐 춘란배에선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춘란배 우승자에겐 15만달러(약 1억9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창호로선 남은 두 판에 사력을 다해야 할 입장. 실패할 경우 국제대회 7대회 연속 준우승(마이너급인 중환배 우승 제외)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창호는 통산 23회의 세계 타이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2005년 3월 제5회 춘란배 제패 이후 4년 넘게 한 번도 메이저 정상을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호는 전날 전야제 자리에서 "이번에는 결코 고분고분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1국 내용도 격렬했다. 이창호의 이 같은 투지가 남은 2·3국에서 발휘된다면 역전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 둘 간의 통산 전적은 이창호의 21승9패(비공식전 제외). 창하오는 최근 2년간 전적에서 4승1패로 앞서며 간격을 꾸준히 좁혀가고 있다. 춘란배는 1인당 3시간, 흑이 7집 반 덤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