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음악

선율이 흐르는 음악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어떻게 표현될까.

홍승혜의 《음악의 헌정》전(展)은 이런 시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악의 헌정'은 바흐(Bach)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내린 테마를 바탕으로 작곡한 변주곡이다. 《음악의 헌정》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변주하듯, 모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과 도치(倒置)·확대·축소 등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전시이다.

홍승혜는 "음악에서 주제를 반복하고 변주하는 작업이 조형적 작업과 유사하다"면서 "음악적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음악을 반복하고 확대·축소하는 과정이 포토샵으로 작업해 프린트하는 자신의 작업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음악이 시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조형예술은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홍씨는 1997년부터 직선과 점으로 이뤄진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하거나 분할하는 추상 작품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평론가 윤난지의 말처럼 차가워 보이는 기하학에 살아 있는 듯한 생명을 느끼게 해주는 '유기적 기하학'을 보여준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기하학적 형태들이 기계적인 복제 같지만 미세한 변화와 떨림을 통해 유기체적인 감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서울 '갤러리2'에서 7월 11일까지 열린다. (02)3448-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