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숲 너머엔 어떤 세상이…

여인을 태우고 숲 속 물가에 서 있는 백마,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는 여인…. 독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샌 정(sen chung)의 《wildwood air(숲 속의 대기)》전(展)은 몽환적인 아련함을 안긴다. 수채화나 파스텔처럼 보이는 투명한 화면을 통해 요정이 나오고 전설이 들려오는 숲 속을 거니는 듯하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다. 다른 세계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으며 그림으로만 가능한 세계일 수도 있다. 작품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가냘픈 선의 창백한 여인은 작가의 풍부한 감수성을 상징한다. 새와 말은 가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 주는 수단으로 표현된다. 녹색과 회색의 조화가 자연의 원초적인 냄새를 풍긴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현실세계에서 멀리 날아가 아무도 없는 숲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말을 타고 무지개를 따라 어디론가 길을 떠날 것 같다.

샌 정의 작품은 어렸을 때 공책에 그렸던 얼굴같이 전체의 선은 서툴고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붓 놀림마저 작가의 감수성과 몽환적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들은 작년에 열렸던 개인전 《first glance》에 비해 더 많이 부드러워지고 화면의 여백이 살아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더 많이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게 화면을 더 많이 비웠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위해 일부러 형(形)과 색(色)을 부족한 듯 엉성한 듯 표현한, 의도된 '결핍'이다. 각자가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샌 정은 홍익대를 졸업한 후 1995년 독일로 건너가 현재 뒤셀도르프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다. 현란한 현대미술이 난무하는 가운데 《wildwood air》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국제갤러리는 전시를 연장해 7월 12일까지 연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