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6집 반 승

〈총보〉(1~280)=이 바둑은 장장 280수 만에 종료, 반면(盤面) 무승부로 백이 딱 덤만큼 이겼다. 계가 직전 279로 280에 선수 하지 않아 1집 손해 본 것은 야마시타의 심정을 이해한다 해도 좀 심했다. 그에 앞서 229로 참고도 1에 두어 상변을 살리는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흑이 피 한 방울도 안 흘리려고 버티면 참고도 12까지 전멸이 기다린다.

후반까지 일방적으로 쫓기던 백이 탄우(彈雨)를 뚫고 역전승을 끌어낸 파란만장의 한 판. 물론 상대의 결정적 실착(171) 도움도 받았지만 역경 속에서 백이 보여준 투혼과 수 읽기는 인상적이었다. 오후 6시20분 바둑이 끝났을 때 원성진은 상대와 달리 초읽기 1개를 남기고 있었다. 막판 승리를 확신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시간공격을 퍼부었다는 증거다.

원성진은 그러나 뒤이은 2회전(16강전)서는 중국 후야오위(胡耀宇)에게 분패,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앞으로 다른 무대에서도 가진 기량을 충실히 쏟아내길 기원한다. 야마시타 역시 이 대회 직후 벌어진 후지쓰배 8강전서 이창호에게 한칼을 맞고 탈락했다. 지내 놓고 보면 모든 승부가 덧없을 뿐이다. (39…34, 152 158 164 172 178 184 190…126, 155 161 167 175 181 187…149, 280수 끝 백 6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