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기자의 WHY] 한국영화 제2르네상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의 극장 점유율은 약 50％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의 7.9％에 비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가 속속 개막하는 시점임에도 선전했다. 6월 역시 조금 기다려봐야 하지만 50％선을 유지할 전망이다. '르네상스'라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며 숨을 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영화가 최근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기획영화의 강세

우리 영화는 '왕의 남자'와 '괴물'이 나왔던 2006년 점유율 64.7％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거액의 스타 마케팅→제작비 상승→거품 발생이라는 악순환의 후유증이었다. 몸값이 센 스타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다 정작 내용은 부실한 작품들이 잇달아 나왔고, 팬들은 외면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수십억원대의 '알뜰한' 예산에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작품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중앙대 이용관 교수(영화과)는 "제작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스타 위주가 아니라 이야기와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내실있는 작품들이 최근 우리 영화의 선전을 주도하고 있다.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스토리+다양한 소재

영화건 드라마건 출발은 스토리다. 올해 특히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작품들이 경쟁적으로 나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아울러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기획영화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서로 겹치지 않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이 개봉해 한층 넓어진 팬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기독교적 구원, 선과 악의 문제를 독특하게 다룬 박찬욱 감독의 '박쥐', 모성애를 통해 인간 본성의 심연을 묘사한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예술성 높은 작품부터 소통의 의미를 포근하게 다룬 '우리집에 왜 왔니'와 '김씨 표류기', 김윤석 주연의 시골 형사극 '거북이 달린다', 경쾌 발랄한 김하늘 주연의 코믹 액션극 '7급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여기에 '워낭소리'와 '똥파리' 등 독립영화들이 흥행 비수기에 기대 이상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며 감상의 폭을 넓혔다.

이른바 '대박'은 없었지만 300만명대 안팎의 작품이 마치 바통을 이어받듯 흥행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50％를 넘어라

지난해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42.5％였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46.9％를 기록중이다. 바닥을 치고 조금씩 올라가는 상승국면이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지난해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들쑥날쑥 기복이 심했지만 올해는 꾸준히 40％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 곧 개봉하지만, 재난 영화 '해운대'와 '차우' 등 또다른 컬러의 한국영화들이 대기하고 있어 현재의 수준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보다는 점유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후의 결과에 따라 50％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예사회팀ㆍ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