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왔소 10살 되어 돌아왔소

1999년 '잔다르크'를 끝으로 10년간 메가폰을 잡지 않았던 프랑스의 뤽 베송(50) 감독이 신작 '아더와 미니모이: 비밀원정대의 출정'으로 다시 감독 자리에 돌아왔다. 그간 '13구역'과 '트랜스포터' 시리즈 제작자로 이름값을 높였던 그는 새 영화에서 실사 영상과 3D 애니메이션을 합친 가족 오락영화에 도전했다. 7월 9일 개봉할 이 영화는 초미니 생물들이 사는 땅속 세계에 주인공 꼬마가 들어가 벌이는 모험을 그렸다. 뤽 베송 감독은 이메일로 보낸 질문지에 24일 답변을 보내왔다.

―10년이나 연출을 안 했는데 다시 영화를 찍기로 한 건 몸이 근질근질해서였습니까.

"10년 전엔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덜 들었습니다. 이젠 오랫동안 한 작품에 정력을 쏟는 것이 좀 버겁습니다. 제 에너지가 예전보다 떨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영화를 찍게 된 건, 맞아요, 근질근질했습니다."

―영화에 영국 뮤지션 데이빗 보위가 '이블 M' 목소리를 연기한 게 특이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생김새도 비슷하던데요.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와 함께 일하는 건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애초부터 데이빗을 염두에 뒀던 건 아니고, 캐릭터를 완성했을 때 걸맞은 배우를 찾다가 다행히도 데이빗을 섭외하게 됐습니다. '이블 M'은 데이빗 보위를 위해 태어난, 똑 떨어지는 역할이었습니다."

―'픽사와 드림웍스가 양분하고 있는 세계 애니메이션시장에 뤽 베송이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3D 애니메이션에서는 픽사가 세계 최고이며, 그 다음이 드림웍스라고 봅니다. 그들에게 도전한다기보다 나는 완전히 다른,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접근방식을 추구합니다. 모든 캐릭터와 그 연기를 위해 실제 모델을 창조해냈습니다. 픽사나 드림웍스에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소설이 원작이고 시리즈가 예고돼 있다는 면에서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에 비교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훨씬 어린이 취향이던데요.

"나는 성인 관객을 위해 일부러 어떤 장면을 넣지 않았습니다. 내 영화는 어른들도 아이의 눈높이로 보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뤽 베송은 '레옹'의 감독으로 기억됩니다. '레옹'이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나요.

"내 작품은 하나같이 내게 소중합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게 있나요. 내 작품들은 각각 나의 20대와 30대, 40대 시절과 연결돼 있습니다. 내 인생은 그때마다 달랐고, 나 역시 매번 달라졌습니다."

―한국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주목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습니까.

"칸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했고,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요. 멀티플렉스에서 여러 영화를 한꺼번에 개봉하는데 미국 영화와 유럽 영화, 한국 영화와 인도 영화가 함께 있다면 정말 흥미진진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영화의 발전이 무척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