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호러 삼국지'

여름을 책임지는 공포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드래그 미 투 헬', 한국의 '여고괴담5-동반자살'이 개봉했고, 일본의 '주온-원혼의 부활'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포영화란 장르는 같지만 국적에 따라,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에 따라 영화의 성격은 천양지차다. 각 나라별로 전혀 다른 색깔의 공포영화 3파전이다.

▶한국=예쁜(?) 처녀귀신

한국 공포영화의 자존심 '여고괴담' 시리즈는 대대로 교복 입은 예쁜 여고생을 귀신으로 등장시켰다. 미모의 처녀귀신 자리를 현대의 여고생이 대신한 셈이다. 다섯 번째 작품 '여고괴담5-동반자살'(감독 이종용) 역시 그 법칙을 따르지만 전작들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보인다. 최강희-박예진-박한별-김옥빈으로 이어지는 미녀 귀신의 맥을 신인 장경아가 잇고 있지만 귀신 중 처음으로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는 파격을 선택했다. 피가 흥건한 슬래셔 무비의 특징을 가미한 것. 10년 동안 익숙해진 여고생 귀신에 근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끈 '쏘우' 같은 슬래셔 무비의 피를 가미해 변화를 시도했다. 물론 처녀귀신과 '여고괴담'의 전통인 한과 슬픔, 용서의 정서는 그대로 살아있다.

▶미국=어글리 몬스터

공포영화의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의 '드래그 미 투 헬'엔 서양의 전형적 귀신이 등장한다. 미국 공포영화는 주로 악마나 좀비 같은 추한 외모의 귀신(?)이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선 서양 동화책에서 살아나온 늙은 마녀 모습의 노파가 등장한다. 흡혈귀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송곳니의 괴물들도 빠지지 않았다. 또 할리우드답게 귀신들이 화려한 CG로 무장해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리얼함을 지녔다. 영화 속 귀신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징그럽고 더러워 관객의 공포심과 함께 비위도 심하게 자극한다. 한국 스타일인 '아름다운 귀신'은 찾을 수가 없다.

▶일본=그로테스크 캐릭터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10주년 작 '주온-원혼의 부활'은 기존에 보여준 일본 귀신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일본의 가부키 배우를 연상시키는 하얀 귀신 얼굴은 이제 일본 귀신의 대표. 특히 어린아이 귀신은 '주온'의 전매특허다. '하얀 노파', '검은 소녀' 2편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얀색과 어린아이가 영화의 핵심이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과 깊고 커다란 검은 눈동자, 다른 일본 공포영화 '링'에서 보여줬던 귀신의 애크로바틱한 움직임 등은 공포와 함께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이불 속과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에서 귀신이 튀어나오는 의외성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